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조천리 용천수 탐방길
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조천리 용천수 탐방길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유명숙
자릿물 가는 길 |
용천수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 가는 중에 해안가에서
다시 솟아 나오는 것을 말한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용천수는 삶의 원천인 생명수 였기에 자연스럽게 물이 있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주 자릿물 |
물이 부족한 제주에 1970년대 상수도가 들어올 때까지 용천수는 제주인들의 삶터 였기에
제주에는 삶의 필수요소였던 용천수의 흔적들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용천수는 주로 해안가 마을에 집중이 되어 있는 편이고 그 중에서도 조천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용천수가 나오는 마을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조천지역에는 30개 이상의 용천수가 남아있는데,
조천 용천수 탐방길은 23개의 용천수로 이어져 있다.
다른 지역들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용천수가 있는 조천리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용천수 23곳을 정비하고 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용천수 탐방길을 조성하고 탐방객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제주 용천수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조천리 용천수 탐방길에는 현재 이 마을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직접 살아낸 긴 세월 동안의 경험과 생활들을 그대로 담아낸 제주인들의 삶, 애환, 그리고 지혜들을 엿볼 수 있다.
대섬 바닷길에서 시작하여 연북정 건너편까지 이어지는 조천 용천수 탐방길은 제주올레길
18코스에 속해 있어서 따로 일정을 정하지 않아도 탐방할 수 있다.
밀물 시간에 탐방을 하는 경우에는 이게 무슨??
어디에서 물이 솟아 나온다는 거야 ?? 할 수도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면 퐁퐁퐁 솟아나는 용천수 물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결이 달라서 알 수 있으니 의문 사항이 풀린다.
22개의 용천수 중에서 몇 군데 먼저 둘러보자.
궷물 |
*궷물
조천읍 조천리 일주도로변에서 조망 할 수 있다.
바위나 궤(동굴)에 물이 있다 하여 궷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주로 먹는 물(음용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용천수와 바닷물이 교차되는 자연습지로 용천수 주변에서는 흰뺨검둥오리,중대백로, 원앙, 백로, 청둥오리, 왜가리 등 물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제주 조간대 특징을 그대로 보전하는 지역으로 밀물일 때 바닷물의 깊이가 6m 이하로 연안습지보호구역이 될 만한 곳이라고 한다.
절간물 |
절간물 |
*절간물
물이 맑고 풍부하여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절간물 자리는 한 때 읍사무소로 사용된 적도 있고 두부공장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 두부를 만들 때는 많은 물이 사용되었다. 콩가루를 끓이고, 끓는 콩물을 식힐 때도 시원하고 깨끗한 용천수가 필요하였다. 콩물을 굳혀 두부를 만들 때는 바닷물 간수를 사용하면 쓴맛 대신 단맛이 나기 때문에 유독 고소하고 인기가 많아서 멀리 김녕리까지 납품 하였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 그 두부 공장이 있었다면 아마도 웰빙 두부였지 않을까 !!
자릿물 |
*제주자릿물
주변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네물을 태웠던 바위섬에 있는 물이라고 하여 제주자릿물
제주자릿물이 있는 빌레에는 큰 비가 온 뒤에는 사방에서 물이 속구치며 하늘로 치솟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의 얘기에 의하면 ’분수처럼 아름다워 보였다‘고 전한다.
족박물 |
*족박물과 빌레물(양진사물)
용천수의 입구 모양이 족박(작은바가지)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족박물은 양진사 절 북쪽 마당 한가운데 있는데 밀물 때만 물이 솟아나는 걸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법당에 올리는 물로 사용했었다고 한다. 특히 양진사물은 2중 구조로 되어 있어 스님들이 수련을 하다가 심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목욕을 하기도 하던 곳이라고 한다.
큰물 |
*큰물(여탕)
조천리 용천수 중에 제일 규모가 크고 넓으며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밀물 때는 물팡(허벅등을 올려 놓는 곳)이 잠길 정도로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게 되어 사용을 하지 못한다. 건너편으로 연북정과 조천진의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큰물(여탕)에서 왔다 갔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보고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말을 걸어옵니다.
거기서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용천수 구경 햄수다 말씀 드렸더니 ‘이 동네에는 옛날에 부자들이 하영 살아나신디(많이 살았는데) 몬딱(모두) 이 물 먹언 살았주.(이 물 먹고 살았어)
지금이사(지금에야) 세상이 좋아젼 이 (세상이 좋아져서)
수돗물 콸콸 쓰멍 살암주만(수돗물 실컷 쓰면서 살고있지만)
그 시대에는 놈이나 나나(남들도 나도) 다 어려웠던 시절이라 고생은 말도 못허여(고생을 많이하였다) 지금도 빗물 받앙(빗물 받아서) 써진다(이용한다)
새벽이 일어낭(일어나) 물통에 강(물통에 가서) 물을 질어다(길어다) 놔사(놓아야) 학교에 갔다고,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다고 하십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 어머니 세대의 분들이 겪어왔던 세월의 얘기들 이어서 그럴까요.
참 힘든 세월이었구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할머니는 말씀 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았어요.
이런 분들이 돌아가시면 이런 이야기들을 어디서 들을 수 없겠지 !!
절간물 가는 길 |
용천수(물가, 물통)는 소통의 장소이기도 해서 누구네 집에 잔치가 있다더라, 새 사람이 들어온다더라, 누가 아프다더라, ~~ 등등 좋은 일 궂은일, 대소사 소식등 정보교환의 장소이기도 했다. 마을에 대소사가 있게 되면 여성들은 물허벅으로 물을 길어다 주는 물부조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제주문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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