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높은물이야"
"나는 높은물이야"
내 이름은 높은물이야.
나는 조천읍 북촌리에 아주 오래전부터 살고 있어.
중산간 습지라고 하면 될까 해안가는 아니니까.
이제부터 나에 대해 소개 하려고 해.
나는
북촌리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안가 동네에서 보면 높은 곳에 있다고
높은물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해.
나는 북촌리에 있는 여러개의 물통(70~80세 어르신들은 용천수나 봉천수를 물통이라 얘기함)들 중에 하나거든.
마을 해안가에는 여러 곳에 샘물인 용천수가 있는데 이 용천수들 대부분은 식수로 이용 하였다고 해. 이곳의 물맛을 본 한 원로 영화배우가 “이곳은 북촌이 아니라 복 받은 마을, 복촌(福村)이다”며 감탄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양질의 음용수를 자랑했었다고 해.
나는 식수로 이용된 건 아니고 우마용 물통이었어.
소와 말을 많이 기르던 북촌리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고 해. 가뭄이 들어 다른 곳의 물은 모두 말라 없어져도 나는 물이 마르지 않아서 마음 놓고 소를 몰고 와서 물을 먹였다고 해.
북촌리는 과거에 집집마다 많게는 50여 두의 소와 말을 기르는 등 목축이 활발했던 지역인데 1970년대까지 나를 만나러 왔었다고 해.
그 당시에 소몰이로 왔던 사람들 지금은 70~80대의 나이가 되었을텐데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
주변에 작은 물통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물이 말라 대부분 건습지 상태이고 나무들이 우거져서 어디가 물통이었는지 알 수가 없어.
옆에 돌담으로 한쪽편을 막아놓은 흔적은 있어.
나는 옆동네 선흘리에 있는 거문오름과 북오름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낮은 지역으로 흘러가다가 굳어지면서 넓은 빌레가 형성이 되었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빌레 위에 물이 고여있게 되는 거야.
옆 동네 선흘리 동백동산에 있는 먼물깍과 동일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어.
나랑 같이 사는 식물들 소개 해 줄게.
주로 봄부터 여름까지가 꽃을 제일 많이 볼 수 있어.
여뀌, 사마귀풀, 올챙이고랭이 등등
여뀌 |
마름 |
1.제일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마름 - 여름에 꽃이 피는데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뿌리만 남고 잎은 모두 사그라 드는 친구들이지.
연꽃 |
2.연꽃 - 언제부터 나랑 같이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을이면 큼지막한 꽃은 모두 지고 그리움만 물 위에 남겨두는 친구야.
사마귀풀 |
3.사마귀풀-아주 작은 키로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친구들인데 예쁘고 앙증맞은 꽃이 피는데 자세를 낮추고 앉아서 자세히 보아야 눈에 들어올거야.
내 주위에 함께 살고 있는 나무들도 알려줄까!!
보리수나무, 느릅나무, 소나무, 삼동나무, 찔레꽃, 등등 침엽수와 낙엽수가 섞여서 자라고 있는데, 하얀 찔레꽃 향기가 솔솔~~ 아 지금이 6월이구나 알게 되거든. 아주 특별한 나무도 있어. 이름은 호랑가시나무.
굵기를 보면 나이가 제법 오래된 거 같아.
주로 가정집 울타리나 정원에 조경수로 많이들 심는 나무인데 초겨울로 접어들면서부터 빨간 열매들이 그 존재감을 뽐내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오래전에 누가 심었는지, 새들이 다른 곳에서 열매를 먹고 이곳에 와서 똥을 싸서 이곳에 싹 트게 했는지 알 수는 없어.
나는 시멘트로 포장 된 좁은 길가 바로 옆에 있어. 평소에는 커다란 덤프트럭들이 뿌 우웅 뿌 우웅 먼지 날리며 지나가는 요란한 소리만 들려.
2022.9.27. 습지학교 탐방시간
웅성웅성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들의 음성 아주아주 반갑게 들리네.
누군가는 앞에서 나를 소개하고, 누군가는 나를 아주 세밀하게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나를 소개하는 누군가는 가끔 나를 만나러 올 때마다 사람들을 인솔하고 오는 걸로 보아서 관련된 일을 하는 베테랑인거 같아.
이~잉 이~잉 저건 뭐지!!
아주 작은 건데 움직이는 물체가 내 위에서 나를 아주 가까이서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네. 드론이라는 녀석, 난 저 녀석이 궁금한데, 사람들은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가 봐.
가만히 보니 며칠 전에 나를 만나러 왔던 친구도 보이네.
2008년 이었나 제법 오래 되었어. 그때 나를 만나고 가서 한 번도 오지 않더니 며칠 전에 나를 만나러 온 거야. 얼마나 반갑던지 다시 온 걸 보니 이제 나에 대해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 했나봐.
으흠
나와 같은 동네 북촌리에 살고 있다고, 나무랑 꽃들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오늘도 나무와 꽃들에게 인사를 많이 하네.
저 친구 나를 만나러 자주 들릴 거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야.
원앙새들이 나를 만나러 오는 시기도 알려 줘야 겠어.
1월~2월에 나를 찾아오는 원앙들이 떼지어 노는 그 멋진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으니 잊지 말고 꼭 와야 해.
그리고
저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서 소개도 많이 해 주면 좋겠어.
내가 왜 오래도록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지,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를 외롭게 방치 해 두거나 메꿔버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다시 한 번 말해 줄께.
나는 높은물이야
과거에는 우마들의 쉼터였던 곳, 현재는 평온한 소공원으로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할 수 있게 주변에 의자들도 준비해 두었으니 많이 찾아 주면 좋겠어.
아 참
나를 만나러 올 때는 오늘처럼 하늘이 맑은 날에 오면 좋아.
그래야 사진도 이쁘게 나오고 물속에 내려온 맑은 하늘 모습을 볼 수 있어.
어때
나에 대해 궁금한 거 또 있을까!!
다시 만나러 오면 그때 또 알려 줄게.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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