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군락지 & 빌레못동굴로 알려진 제주시 어음리에 작은 습지 '빌레못'


억새군락지 & 빌레못동굴로 알려진 제주시 어음리에 작은 습지

 "빌레못"



 2024. 07. 17 (수)

글/사진 _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오재욱


제주시 어음리 빌레못은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24km지점에 있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촌 마을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어음리는  '억새군락지'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고, '빌레못동굴'로 많이 알려진 마을이다.


돔배물 습지

빌레(너럭바위)가 많아 어림빌레 → 어름비라고 불리다가 어음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1948년 제주4·3으로 마을 전체가 불타는 아픔을 겪은 마을이다. 
동굴 주변에 '빌레못'이라 불리는 작은 연못이 두 개 있어서 빌레못동굴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그 작은 연못은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 
연못에 대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고, 현장에 이정표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빌레못동굴은 천연기념물 제342호다.
바리메오름에서 발원한 용암이 흘러 지표에서부터 굳기 시작하면서 내부의 덜 굳은 부분이 경사면에 따라 서서히 이동하면서 형성된 터널식 용암동굴로 동굴의 길이가 무려 11,749m이고 2층, 3층으로 된 곳도 있다.

동굴에서 동물 화석과 함께 구석기, 숯 등이 발굴된 중요한 유적지이자, 제주4·3 관련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장소다.


빌레못 동굴 입구

1949년 1월 16일 토벌대가 빌레못동굴에 숨어 있던 아이들, 부녀자 및 노인들 29명을 밖으로 끌어내 학살했다. 그 과정에 7개월 된 아기의 발목을 잡고 빙빙 돌리다가 바위에 메쳐 죽인 토벌대의 광기 어린 사건이 일어났다. 토벌대는 학살후 동굴 입구를 바위로 막고 떠났다.

당시 잠시 굴밖으로 나갔다가 봉변을 면한 사람이 아내를 찾아 굴의 출입구를 열고 "살아있으면 나오라"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돌 틈에 숨었다가 사흘 만에 나온 마을 청년은 "아는 사람이 불러도 나올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살아있는 사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포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때 끝내 동굴에서 나오지 못한 4명은(엄마와 여섯 살 딸, 옆 마을 아빠와 아들은) 1973년 동굴 탐사대에 의해 발견되어, 시신은 유족에게 인도되었다.

공포 때문에 끝내 동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인지 미로형 동굴에서 길을 잃고 굶어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2024년 7월, 연일 폭염 소식이 이어지던 날 어음리 빌레못을 찾아갔다. 

무더위에 출발했는데, 제주시 서쪽 어음리에 도착하니 하늘은 어둑해지더니 빗방울이 날리고 바람은 포효하듯 불어댔다.

제주4·3의 피해로 아픔이 있는 장소인 걸 알고 찾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마저 들어 등골이 서늘했다.


드론으로 본 습지(드론 사진 제공 : 변재환)

삼거리, 빌레못동굴 이정표가 세워진 곳에 작은 습지가 있고, 그 옆에 큰 습지가 있다. 
이 두개의 습지가 빌레못이다.


화살표 -  작은 습지

빌레 삼거리 빌레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평한 암반 즉, 너럭바위를 제주어로 '빌레'라고 한다. 빌레와 연못의 '못'이 만나서 '빌레못'이라 한다.

빌레못이 어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산섬 제주에는 빌레와 빌레못이 있는 마을이 여럿이다. 


작은 연못

빌레못에 대한 정보가 없고, 
수풀에 가려져서 눈에 드러나지 않아 일부러 찾아가는 경우가 아니면 이곳을 지나치면서도 연못이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칠 것 같다.


큰 연못

사람들 관심을 끌지 못한 연못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 그리고 수초 등이 우거져 작은 원시림을 이루고 있었다.


작은 연못 - 세모고랭이

작은 연못의 세모고랭이와 가래


작은 연못에는 미나리, 옆구리를 툭툭 터트린 세모고랭이와 논이나 연못, 저수지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가래 등 식물들이 가득했다.


큰 연못

큰 연못

큰 연못

큰 연못에는 연꽃과 마름, 개구리밥이 가득했으며, 연못 주변에는 미나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 속에 꿈틀거리는 것이 보여서 꺼내 보니 어린아이 주먹만 한 논우렁이었다. 
마름과 개구리밥으로 가득한 수면 위를 꿈틀거리며 지나는 것은 미꾸라지인가? 
거머리도 가까이서 꿈틀거리고.... 연못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들이 가득 꿈틀거리고 있었다.


돔배물

어음리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식수용으로만 사용할 만큼 맑은 샘물 '공세미'(공샘이 샘물)와 뒷세미가 있고, 

제주4·3때 소개 전 어음 2리 동쪽 주민들 급수를 담당했던 가시셈이, 소개 전 어음리 서쪽 주민들 급수를 담당했던 송아물, 어음리 남측 하천 동쪽에 항아리 형태의 '항물' 등 용천수와 봉천수가 여럿 있어서 작은 습지 '빌레못'은 이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빌레못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 같다.

많이 알려진 돔배물보다 작고 알려지지 않은 빌레못이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러져 살고 있다.

때로는 인간의 무관심이 자연에는 이로운 것 같다.




※ 소개(소개령 : 공습이나 화재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주민이나 물자, 시설물 등을 분산시키는 명령 - 네이버 국어사전)



#제주시어음리 #습지 #빌레못 #빌레못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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