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6 세계 습지의 날 기념 ②
세계 습지의 날, 관리의 대상에서 함께 지켜갈 공간으로
[특별기고] 2026 세계 습지의 날 기념 ②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이날은 람사르협약 체결을 기념해 습지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국제기념일이다.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이날의 의미를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게 습지는 여전히 익숙하면서도 무관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 습지의 날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습지도시 업무를 맡은 이후, 습지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조금씩 체감하게 됐다. 현장에서 습지를 마주하며, 그 기능과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습지는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 온 생활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습지의 기능과 가치는 자연환경 보전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
제주에는 동백동산을 비롯해 제주의 생태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습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시에서는 이러한 습지를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보전과 관리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1월에는 람사르습지도시 재인증을 받으며 그간의 관리 성과와 시민 참여 기반의 운영 노력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제한을 넘어 시민의 일상 속 참여와 실천이 함께 이어지는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헝가리 타타시에서 열린 습지도시 시장단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에서는 각 도시가 습지를 단순한 보호의 대상으로만 관리하기보다, 시민과 주민이 일상 속에서 참여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보전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공유됐다. 습지 보전의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관리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이 주체로 참여하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는 람사르 습지도시가 지향하는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습지를 지키는 데 있어서 제도와 행정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다시 생각해보면, 습지는 행정만으로 지켜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시민이 걷고, 머물고, 기억하는 순간들이 쌓일 때 비로소 그 가치는 이어진다.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은 거창한 선언의 날이 아니라 잠시 멈춰 주변의 습지를 떠올려 보는 날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보호해야 할 대상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습지. 행정의 언어를 넘어,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 허하의 제주시청 기후환경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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