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아득한 시간을 품은 천지연
하늘과 땅, 아득한 시간을 품은 천지연
2024. 12. 18 (수)
글/사진_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양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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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오리,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
원앙을 만나러 천지연 들어가는 길목 포구에 젖은 날개를 바람에 말리는 민물가마우지도 보인다. 민물가마우지 역시 원래는 한반도에서 겨울 철새였지만 최근에는 눌러 살기 시작하면서 텃새화 되어가고 있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 아래 연못에는 많은 겨울 철새가 모여 있었다.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들이 원앙과 어울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흰뺨검둥오리 |
뱀장어과에 속하는 열대성 대형 물고기로 길이가 60~120cm까지 되는데 무태라는 이름 역시 더 큰 장어는 없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민물에서 5~8년 살다가 깊은 바다로 내려가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지금은 양식이 가능해져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U자형 계곡 주변에는 겨울에도 초록 기운이 가득한 난대림이 우거져 있다. 제주 천지연 난대림지대는 천연기념물 379호로 보호받고 있다. 한라산이 북풍을 가로 막고 있는 이 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이 곳 암벽에는 솔잎란이 자란다. 솔잎란은 뿌리와 잎이 없고 줄기만 있는 유관속 식물 중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식물이다. 기후가 따뜻한 지역의 암벽에서만 자라기에 제주 지역에서도 드물게 발견되어 멸종위기종이자 희귀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천지연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자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인 가시딸기가 자란다.
계곡 가장자리에는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까마귀쪽나무,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조록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주종을 이룬다. 아래쪽에는 백량금, 사스레피나무, 후추등, 모람, 보리밥, 보리장, 송악, 마삭줄 등 각종 상록덩굴식물과 작은 나무가 자라고 숲의 바닥에는 제비꼬리고사리, 검정비늘고사리를 비롯한 많은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다.
담팔수. 제주도의 해발 100m이하 바닷가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
전 년도에 난 잎이 6월이 되어서야 떨어지기에 사계절 내내 여덟 개 잎 중에 한 두 개의 잎이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독특한 생태와 아름다움을 지닌 나무다.
천지연 폭포 상류는 솜반천(연외천)을 따라 걸매생태공원이 조성되어있다. |
천지연 폭포의 원류는 서귀포시 중심부를 흐르는 솜반천이다. 솜반천엔 사시사철 풍부한 용천수가 곳곳에서 솟아나 종남소, 고냉이소, 도고리소 등과 같은 작은 물웅덩이가 많다. 그 지형에 평평한 암반이 넓게 퍼져있어 ‘솜반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이 곳의 물은 천지연으로 흘러 폭포를 이루고 서귀포항까지 1km 정도 형성된 계곡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천지연 폭포의 물을 보호하기 위해 천지연 상류에는 솜반천(연외천)을 중심으로 생태 하천이 조성되어 있다.
천지연폭포를 비롯해 제주의 폭포들은 남쪽에만 분포한다. 지질학자들은 서귀포에만 폭포가 만들어진 이유를 약 40만 년 전 제주도 남쪽에 발생한 단층운동의 결과로 해석한다. 대규모 단층운동이 제주 남쪽 해안선을 따라 일어난 결과 주상절리와 같은 계단 지형이 만들어지고 하천과 폭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천지연 폭포의 암벽을 살펴보면 폭포수 아래 쪽 움푹하게 들어간 밑에는 서귀포층(수성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퇴적층)이 있다. 그 위로는 40만 년 전에 분출된 용암(조면안산암)이 서귀포층을 덮고 있다.
용암 아래 놓인 서귀포층은 계속되는 폭포수의 침식작용에 의해 점점 밑으로 깊어져 20미터에 이르는 깊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초기의 폭포는 800미터 떨어진 지금의 칠십리교 위치 쯤에 있어 바다와 맞닿아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친 침식작용으로 점점 내륙 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침식은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조금씩 안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한다.
수 십 만년의 시간 동안 800미터를 움직인 폭포 앞에서 천지연(天地淵)이란 이름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만큼 아득한 시간을 품은 연못 앞에서 그저 한없이 겸허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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