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녀천'이라 불리는 제주시 습지 '동광양 물통'
'우녀천'이라 불리는 제주시 습지 '동광양 물통'
사진/글_습지블로그 서포터즈 박젬마
제주시 동광양(동과양)은 예로부터 물통 동네라고 불립니다. 마을의 설촌 유래는 '우녀천'이라는 샘물이 있는 동네라 그리 부르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복판인 동광양 남쪽에 삼다수와 같은 용천수가 펑펑 솟아나는 우녀천이라는 샘물은, 1970년대 초까지 동광양, 서광양, 신천동, 간드락마을 사람들까지 먹고 씻는 용도로 이용했던 물 입니다.
우녀천은 과거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먹는 물통, 식재료 씻는 물통, 빨래터 등 3개로 구분해서 사용하다가 상수도가 보급된 후에는 빨래터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설치된 안내판에 의하면, 이 곳은 옛날부터 간절히 기원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깃든
'미럭보살물할망'을 모시는 본향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1993년도 이도2동 일도지구택지 개발 때 사라진 물항망당은 우녀천을 지켜 주는 물할망(水神)이며 아기를 점지해 주는 생불할망(産神)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녀천의 '우녀'는 견우직녀에 등장하는 '직녀'를 뜻하며,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타고 내려와 목욕하고 갈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고 시원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입니다.
샘물 주변은 기암괴석과 동백나무 숲이 있어 경치가 좋고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곳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평범한 주택가 분위기입니다.
일제강정기 때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기념비문(우녀천 조성비 1895년 추정) |
우녀천을 조성했다는 일제강정기 때 세운 기념비문이 남측 담벼락에 남아 있는데요, 자연석에 음각으로 새긴 글자에 빨간색이 덧칠해져 있습니다. 이는 우녀천 정비를 위해 헌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이라고 합니다.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으니 물이 펑펑 흐르는 물통 동네에서 놀았던 기억이 꿈인지 생시인지 아련해서 확인하기 위해 동광양물통을 찾아가 봤습니다.
지금은 동광양물통이 아닌 '우녀천'으로 검색됩니다. 또는 이도2동 노인복지회관으로 찾아가면 됩니다.
찾아가보니 자주 다니던 길에서 한 블록 안쪽에 위치하며, 도로보다 3~4m정도 낮게 움푹 들어간 곳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물이 흐르는 곳이 크고 넓어서 사람도 많았고, 주변에는 미나리밭도 있었던 것 같은데, 유년시절 기억의 편린들을 짜맞추어보아도 소용없는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1990년대 이도2동 일도지구택지개발 때 우녀천의 울타리 축담이 철거되고 돌과 흙으로 다시 정비하는 과정에 샘물의 원형이 사라지고, 물항망당 흔적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우녀천 옆에 이도2동 노인복지회관과 주택들이 들어섰고, 샘물은 매립의 위기를 모면하고 현대식 연못의 모양새로 남게 되었습니다.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서 녹조 현상과 악취, 그리고 모기 서식지로 변하며 다시 매립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2010년에 이도2동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상징적인 문화유산을 복원하자는 취지로 복원사업을 합니다.
이도2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회원 등이 자원봉사로 나서서 썩어가던 물웅덩이를 7일간 파내고, 포그레인과 고압세척차 등을 동원하여 복원하고, 옹벽을 세우고 자연석을 쌓아 친환경적인 물통으로 연못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연꽃과 수련을 심고 붕어를 방생하고 분수를 만들고 주변에 2010년도 복원비를 세웠습니다.
그 이후에도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 녹조가 발생하고 악취가 풍기는 등 환경적인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된 것 같지는 않지만 주변이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주민들이 풀베기 등 할 수 있는 주변 정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가보니 여전히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에 물이끼들이 끼어서 물가로 내려서지는 못했지만, 물에 손을 담가보니 아주 시원했습니다.
주변으로는 개구리밥이 보이고 물 속에 다슬기 등이 많았습니다.
물에는 수련과 연꽃의 흔적은 없고, 잉어와 물고기들 그리고 제법 큼직한 붉은귀거북이가 보였습니다.
샘물 주변에는 직박구리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수돗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펑펑나오는 시대, 사람들에게는 우녀천의 효용 가치는 사라졌지만 새들과 눈에 드러나지 않는 생들에게는 여전히 생명수이자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제주의 용천수들이 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까운데, 우녀천은 원형이 변하고 축소되었지만 용천수의 맥을 이어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제주 환경과 지형에 맞는 용천수 관리 방안을 찾아내어 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하면 물이 썩는 현상을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소 : 제주시 이도2동 379-6번지 제주시 이도2동복지회관 북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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