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귀한 습지 - 하늘에서 내려준 연못 '구남샘'
글/사진_습지블로그 서포터즈 박젬마
제주시 이도2동 이라고도 부르고 구남동 이라고도 통하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구남샘'(또는 구남새미, 구남못)
- 이름의 유래
옛날에 풍수사가 '이곳에 사는 사람은 아들 아홉 형제를 낳을 것'이라는 풍수설에 의해서 마을 이름이 '구남동'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이 구남동 마을에 있는 연못이라 하여 '구남샘'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이 곳에 유배왔던 박영효가 '걸어서 올라온 마을'이라는 뜻으로 '거르승이'라고도 불렸으며, 하늘에서 내려준 못이라는 뜻으로 봉수천, 봉수못 이라고도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만큼 다양한 사연이 서린 연못인 것 같습니다.
- 위치, 환경
정확한 주소는 알 수 없고 다만 102호 어린이공원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공원을 검색해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주변이 넓은 초원을 이뤄 소나 말을 방목했는데, 그 당시에는 연못의 규모가 1,653㎡(500평)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때는 남서쪽 물이 솟아나는 주변을 돌담으로 쌓아서 식수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활용수 및 가축들 급수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2009년 이도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매립, 도로에 편입되어 현재 495㎡(150평) 정도가 남아 있지만, 이 연못에서 물놀이하다 빠져 죽을 뻔했다는 주민의 체험담을 비춰볼 때 과거에 엄청 큰 연못이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도시개발사업 착공 때 시공사가 연못을 완전히 매립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495㎡(150평)정도 남아 자연보존지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구남샘 남쪽에는 조경수를 심고 어린이 놀이터와 정자 등을 설치해서 도심 속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연못 주변으로는 빌라들이 밀집해 있으며, 연못에는 꽃창포, 노랑꽃창포, 수련, 물수세미 등이 많이 보이고, 그 주위로 갈퀴나물, 돈나무, 목서, 야자수 등 작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연못과 숲 주변에는 직박구리, 까치 등 각종 새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생명의 휴식처입니다.
구남샘은 예로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고 하고, 물이 솟는 주변에 돌을 쌓아 식수로 사용했었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봉천수가 아닌 '산물'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산물은,
땅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바위나 지층 사이를 통해 땅 위로 솟아나는 것을 '용천수'라고 하며, 제주 사람들은 이러한 용천수를 '나는물' 또는 '산물'이라 불렀습니다. 계속 솟아난다 하여 '살아있는 물' = 산물이라 했습니다.
몇 년전까지는 황소개구리가 있었는데 포획 작업 성공으로 지금은 황소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롭게 거북이가 관찰되었습니다.
올해 연못에 유난히 생활 쓰레기가 많이 보여 해당 주민센터의 환경 정비에 대해 문의해보니, 102호 어린이공원 주변에 정화 담당은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나 연못 내 환경 정화에는 장비와 인력 등이 필요해서 고정적으로 환경 정비는 하지 못하고, 마을 주민들 봉사 활동이 잡히면 정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한 때는 관리가 힘들어 '연못을 메꿔버리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반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동네 연못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관의 힘이 더해진다면 구남샘이 맑은 물이 흐르는 습지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 주민들이 하늘이 내려준 연못 '구남샘'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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