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돌 목장 內 '세미소'

 


글/사진_습지블로그 서포터즈 변재환




평화로를 따라 금악마을 방면으로 가다 보면
길가에 드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과 함께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 이국적인 느낌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성이시돌목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림읍 금악리의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16만5000㎡에 자리 잡고 있는 성이시돌목장은
금악마을의 상징이며 '이시돌'이란 명칭은 착하고 부지런하여 천주교에서 성인으로 명명
받았던 스페인 농부의 이름 '이시돌'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성이시돌 센터에서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이어지는 길.
길은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터널을 이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미로처럼 이어진 예수님의 탄생과 주요 순간들을 실제 인체 크기의 조각품들로 실감나게 
조성해 놓은 '십자가의 길'을 지나면 세미소오름 굼부리에 15단 묵주 형태로 조성된 
커다란 호수 '세미소'가 자리합니다.


세미소란 이름의 유래는 화구호를 새미소(새미수)라고 불렀으며, '새미'는 샘의 제주말,
'소'는 깊은 못의 옛말이고 또 세미소오름은 넓은 '세미소'가 있는 오름(측화산)이라는 데서
붙인 것이고 '세미소'는 '샘이 있는 소'라는 뜻입니다. 새미소, 삼뫼소라고도 불립니다.


한림읍 금악리의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16만5000㎡에 자리 잡은 성이시돌목장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일랜드 태생의 맥그린치 신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1954년 한림리에 있는 천주교 한림 교회의 주임 신부로 부임한 맥그린치 신부는 전쟁 이후 어려운 농촌의 현실은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미 농무성을 비롯한 우방 나라들을 돌면서 기금을 모집했고 이후 그는 제주에 다시 돌아와 57년에 4H클럽을 조직하고 가축 은행을 창설했으며, 주민들에게 돼지, 닭, 토끼, 칠면조 등을 기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농촌 부녀자들에게는 수직물 강습회를 열어서 양털로 가정에서 스웨터나 장갑 등을 짜게 하여, 직매장을 열어서 팔기도 하고, 서울로 판로를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1961년에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제주도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림읍 금악리 마을에 이시돌 실습 목장을 개설하여 농민들에게 목초지 개량법이나 
가축을 기르는 방법을 익히게 했으며 64년 동안 제주도민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희생하다
지난 4월 23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했습니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목장은 신부가 평생을 바쳐 일궈낸 헌신과 기도의 결과이고 
그래서 그런지 목장은 단순히 말과 소를 살찌우는 곳을 넘어 종교적 경건함이 스며있습니다.
목장 안에는 카페 '우유부단'을 비롯해 성이시돌 센터, 삼위일체 대성당, 새미 은총의 동산, 
성이시돌 요양원, 성글라라수녀원, 피정의 집, 성이시돌 어린이집 등이 함께 자리합니다.


목장에 들어서면 폐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인부들의 숙소와 사료공장 등으로 사용됐던 '테쉬폰'이라는 이름의 이 폐건물은 
특유의 곡선형으로 오랜 시간 제주도의 거센 바람과 태풍을 견뎌왔습니다.
합판을 곡선으로 휘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가마니를 덮고 시멘트를 덧발라 만들었고 
모양만 보면 비닐하우스고 제주에만 있는 이색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각종 CF, 웨딩촬영 장소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를 찾는 
여행객 사이에서는 가장 '핫'한 명소가 됐습니다.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 정상 굼부리(분화구)에 물웅덩이 호수를 가진 곳은
아홉 개뿐이데 분화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선 원당봉과 동부 중산간의 물영아리,
금악리 금오름과 이시돌목장의 세미소, 전망대에서 분화구를 볼 수 있는 어승생악까지
다섯 곳은 탐방이 가능한 곳이며 사려니숲 안의 물찻오름과 서서히 육지화가 진행 중인
동수악,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물장오리. 
마지막 하나는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에 숨은 듯 자리한 사라오름 이렇게 9개이고,
그 외 소백록이라 불리는 물가뫼왓 정도가 오름 정상에 호수를 품고 있습니다.


못의 동쪽 부분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서쪽에는 억새풀밭이 있고
금오름 방면 오름 분화구엔 습지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늪 형태의 연못이 있었으나 현재는 400m 트랙 정도 넓이에 왕석 등으로 둘러진 
인공 연못이 되어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은총의 동산으로 천주교인들이 찾는 성소로 
조성되어 있고, 소금쟁이, 참개구리, 붕어, 왜가리, 중대백로, 황조롱이, 매, 까치, 참새, 
방울새, 멧비둘기, 박새, 멧새, 직박구리, 동박새 등이 살고 있고


주변에는 억새, 마름, 회양목, 곰솔, 삼나무, 멍석딸기, 찔레, 띠, 억새, 좀개자리, 
망초, 서양금혼초, 광대나물, 도깨비바늘, 만수국아재비, 하늘타리, 칡, 사철나무, 쥐똥나무,
보리수나무, 예덕나무 등이 자라고 있습니다.


수면위로 유유히 물 찬 제비가 선회하는 모습

이국적인 느낌이 강해 제주도에서도 가장 먼저 포토 스폿이 되었던 '성이시돌목장'
한때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커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지금은 조금 한가한
모습이지만 이색적인 면모는 여전합니다.


세미소오름이 서쪽에는 금오름이 있고, 남동쪽에는 정물오름.
몽실몽실 뭉게구름 솜뭉치를 붙여 놓은 예쁜 날, 오름에 올라 웅장한 풍경과 함께
온전한 형태의 분화구 안에 물이 담겨 있는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습지의 모습도 
관찰했으면 좋겠습니다.

   

공원처럼 잘 가꾼 산책길을 거닐며 힐링하기 좋은 곳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성이돌목장 센터 앞 삼나무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세미소오름과 삼뫼소 호수가 그윽하게 펼쳐집니다.
삼나무로 둘러싸인 고요한 호수는 명상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잔잔한 호수 길을 따라 걸으며
삶을 되돌아보며 마음의 평온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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