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 품고 있는 습지들



 
오름이 품고 있는 습지들


글, 사진  박젬마 (습지블로그 기자단) 

드론사진  변재환 (습지블로그 기자단) 


제주도 내 습지는 크게 내륙습지와 해안습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해안 습지는 30여 곳이고 내륙습지는 250여 곳으로, 제주에는 내륙습지가 많습니다.

내륙습지는 한라산 고산습지와 화구호, 인공습지로 구분합니다. 한라산 고산습지로는 소백록, 노루샘, 1100습지, 숨은물뱅디, 볼래오름습지 등 이고화구호는 백록담, 어승생악, 물장올, 물찻오름, 동수악, 물영아리, 금악 등이 있으며, 인공습지는 농업용 저수지와 연못 등을 말합니다.

오늘은 국내에서는 제주에만 있다는 화구호인 물장올, 물찻오름, 물영아리, 금악을 소개합니다.

화구호란? 오름 분화구에 물이 고인 호수를 말합니다화구호 중 물영아리, 물장올, 물찻오름은 일년내내 물이 고여 있는 습지이고, 금악은 비가 많이 내릴 때만 물이 고이고, 건기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1. 물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은 제주도의 동남쪽,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188번지에 있는 오름입니다. 오름 정상에 늘 물이 고여 있는 신령스런 오름이라는 의미에서 수령악이라고도 부릅니다. 오름의 습지는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습니다.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짧은 코스와 둘레까지 둘러볼 수 있는 긴 코스로 구성, 선택 탐방할 수 있습니다.  습지로 가는 짧은 코스는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은 삼나무 숲 사이에 가파르게 이어진 계단을 숨차게 걸어 오르면 분화구 습지가 넓게 펼쳐집니다. 탐방로는 나무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고, 울창한 숲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원형 화구호 매력에 감탄사 절로 터집니다. (, 날씨에 따라 다를 수 있음)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화구호에는 습지 식물들이 가득해서 논처럼 보이이기도 합니다만 아주 먼 옛날에는 물을 마시러 왔던 소들이 습지 속으로 사라졌다고 하니 눈에 보이는 깊이가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빗물이 흘러 형성되고 유지되는데, 건조할 때는 습지, 비가 내리면 물이 찰랑이는 화구호로 변신하기를 반복하는 곳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육지화 과정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어서 분화구 내 습지의 육지화 과정과 습지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연구할 수 있는 습지입니다.

 


습지에는 흰꽃물고추나물, 고마리, 세모고랭이, 송이고랭이, 마름 등이 군락을 이루어 촘촘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고여있는 물인데도 이처럼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산소를 공급해 주어 썩지 않고 맑은 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습지에는 물장군, 맹꽁이, 제주도롱뇽, 참개구리 등 다양한 수서곤층들과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도 삶의 터전으로 삼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유혈목이, 쇠살모사, 중대백로, 황로 그리고 노루 등은 습지 주변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지질, 지형 및 경관, 생태학적 가치가 우수한 산정화구호로 2000년에 전국 최초로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제주에서 첫 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고, 2022년 국내 다섯 번째 이자 제주에서 두 번째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되었습니다.


2. 물장오리 오름

물장올 이라고도 부르는 물장오리 오름은 한라산 정상 동북쪽 해발 900m 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면적은 약 0.61km²입니다. 오름 분화구 둘레길에서 보면 한라산과 인근 오름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근사한 곳입니다.



습지 주변으로 숲이 울창하게 형성되어 오름 정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습지는, 화산 분화구에 빗물이 고여 형성된 원형의 산정화구호로 연중 마르지 않아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호구호 중 호수의 물의 면적이 가장 큰 곳입니다. 실제로 보면 넓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되어버리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제주를 만들었다는 제주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이 빠졌다는 전설이 실제일 것 같은 분위기로, 습지는 깊이를 알 수 없어 밑 터진 물이라고도 합니다.

 


예로부터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했으며, 신성한 곳이라 여겨 가뭄이 들었을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상수도가 있어서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여전히 야생동식물에게 생명수이자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습지 주변에는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인 매, 멸종위기종 2급 팔색조·삼광조 등이 서식하며, 멸종위기 곤충인 왕은점표범나비와 물장군 등도 관찰되는 곳입니다.



물장오리오름 습지는 20081013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고, 2009101일 보호지역으로 지정. 습지 원형 보전 및 훼손 방지를 위해 출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출입 제한구역이라 탐방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탐방을 위해서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탐방로 시설이 없어서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3. 물찻오름

물찻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72번지에 있는 오름입니다. 아름다운 숲으로 널리 알려진 교래리 사려니숲길 안쪽에 자리한 물찻오름은 오름 정상에 빗물이 고여 산정 화구호, 습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습지에는 붕어, 개구리, 물뱀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이 가득한 화구호 주위를 울창한 숲이 에워싸고 있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습지는 물찻오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습지 주변의 나무들이 너무 울창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1년 내내 물이 풍부한 산정호수에서 낚시 또는 야영하는 탐방객 등 물찻오름 화구호 풍경을 찾는 탐방객들이 많아지면서 오름의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자, 식생 회복을 위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매년 사려니숲길 행사 때 만 한시적으로 개방이 되고 있는데, 2024년에는 개방될 예정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면서 식생 대부분을 회복했고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탐방로와 안전시설을 재정비 후 개방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5월 첫날인 오늘까지 개방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찻오름 입구에서 약 20분쯤 오르면 습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도착합니다. 습지의 물빛은 탁한 편입니다. 탐방로에서는 산수국과 박새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고, 해송, 박쥐나무, 상산나무, 개다래, 제주조릿대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름 전망대에서는 한라산을 비롯하여 성널오름, 궤펜이 오름 등 동부지역 오름군들이 볼록볼록 이어지는 풍경도 매력 중 하나입니다.


 

4. 금오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1-1, 1-2번지에 있는 금오름은 해넘이 명소로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오름입니다. 표고 427.5m, 비고 178m로 주차장에서 오름 정상까지 산책하듯 걸어도 20~30여분이면 도착합니다.



오름 분화구에는 금악담이라 불리는 산정 화구호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량이 풍부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장마철 등 비가 많이 내릴 때나 습지 형태를 띠고,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바닥을 드러내 화산송이들이 널부러져 있는 풍경이 황량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이 고인 습지 형태보다 바닥을 드러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은데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인 맹꽁이,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다니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물 없이 메마른 기간에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양서류들은 화산송이 그 작은 그늘막에 의
지해 생명을 건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비가 내리고 습지의 형태를 갖추면 그 안에서 다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금오름을 찾은 탐방객들은 물 없이 메마른 분화구에 널린 화산송이를 쌓아 돌탑을 만들어 소원을 빌거나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며, 돌탑을 쌓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그 돌의 그늘막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던 양서류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나의 소원, 나의 인생샷을 위한 행위가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을 흔들어 놓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자연에 손대지 않고 눈으로, 마음으로, 사진으로만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득 담아가시길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을 맞아 제주의 내륙습지 중 화구호인 물장올, 물찻오름, 물영아리, 금악 등 국내에서는 제주에만 있다는 화구호를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일년내내 물이 고여 있는 곳도, 비가 많이 내릴 때만 물이 고이고 건기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곳도 습지입니다. 습지는 식생 다양성 및 희귀 또는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서식처로서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토양 오염물질 정화, 공기 정화, 대기의 온도 및 습도 조절 및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완충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런 습지가 개발 등의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한편 보존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름이 품고 있는 습지들 ...

이 포스팅도 보존을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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