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리 물통 '검섯개물과 기무라물통'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유명숙
조용한 해안마을 북촌리 해동마을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양쪽에 두고 쭉뻗은 도로가 시작된다.
일명 북촌해안 고속도로.
원담이 남아있는 이곳에서는 먹이사냥을 하는 왜가리들이 종종 보인다.
그 시작점에서 빨간색 표식이 가리키는 곳으로
동그랗게 돌담처럼 둘러진 물통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검섯개물.
이곳의 옛지명이 검서포, 검섯개였다고 한다.
전에는 용출량이 많아서 해동주민들이 식수 및 빨래터로 이용했다고 한다.
해동마을에 공동수도를 가설하기 전에는 이곳까지 와야 물을 구할 수 있었다.
서우봉에 지금도 그 흔적들이 남아있는 일제동굴 진지 구축 시에
일본군 대장이 먹었다고 하여 장군물로 부르기도 한다.
물통을 청소하는 삼촌들 말을 빌리면
‘이곳에 예전에는 용이 살아 났주,
경허난 물도 막 하영 나오고 물맛도 좋아나신디,
이젠 물도 변해 부런,
이디 길 만들멍 메와부난(메꿔버려서) 물이 잘 안나왐주,
세상이 변햄신디 물이랜 안 변할 수가 이서~~’
검섯개물의 물맛도 좋았고 물의 용출량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밀물일 때도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두 개의 통 높이를 달리한 형태는
북촌리에 있는 용천수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썰물이면 검섯개물만 남겨두고 물이 빠져나가
육지 해안가이 뻘바다처럼 바닥이 훤히 드러나고
염생식물들만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닷가의 소금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을 염생식물이라 하는데
검섯개 해안습지에는 갯질경, 퉁퉁마디가 자라고 있다.
갯질경-두해살이풀, 2년차에 꽃이 피고 고사한다.
강한 바람과 날리는 바닷물과 해무, 뜨거운 햇빛, 잦은 침수, 염분의 영향을 늘 받는 곳 이다 보니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대부분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해안길을 따라 동쪽편으로 100여미터 쯤 우측으로
구불구불 곡선을 따라 해안습지 기무라물통이 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이곳 물통의 물을 이용하여 멸치를 삶아 말리고 가공하였다고 한다.
그 일본인 이름을 따서 기무라물통이라고 부른다는데 내용을 기록한 표지판은 없다.
밀물일 때는 습지주변으로 가시덤불과 풀이 무성하게 있어
들어가서 관찰을 하려면 장화를 신어야만 끝부분까지 들어가서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반대편에서 보이는 곡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길을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하늘이 맑은 날에는 윤슬이 반짝반짝 눈길을 사로 잡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에 소박하게 한송이 씩 하얀꽃을 피웠던 돌가시나무는
빨간 열매를 달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 준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좀 봐 주세요‘
가는갯능쟁이가 소복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누군가 아는 체 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이곳에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사람이 그리울 수도 있겠구나!
가까운 곳에 있는 내가 더 자주 기무라물통 보러 와야겠다.
돌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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