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생태 말고 비경



습지라 쓰고
생태라 읽는다.

우리는 습지하면 왜 생태를 떠올릴까?
습지의 역할,기능,가치등이 자연환경을 유지하는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습지는 생물 다양성, 지구 환경의 안정성 기능에 중요한 역활을 하는 생태학적 기능, 다양한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습지는 생태와 연관된 중요한 환경으로 간주되기에 우리가 습지라 쓰고 생태로 읽는 것은 낫을 보고 "ㄱ"이라 읽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 나는 습지라 말하고 비경이라 쓴다.
오늘만큼은 습지의 생태가 아니라 습지의 절경을 말하려한다.




오늘 찾아갈 곳은 하천이다.
하천은 주변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역활 뿐 아니라 홍수 관리와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활을 한다.
제주의 하천 특징 중 하나는 대다수가 건천이다.
평상시에 물은 찾아보기 힘들고 어디서 굴러 왔는지 모르는 어마어마한 바위들이 자기 집인냥 하천을 독차지 하고있다.
그러나 한라산에 비가 내리면 하천 얼굴이 확 바뀐다.
하늘에서 내린 빗방울은 나뭇잎을 타고 숲으로 떨어져 풀잎사이를 대굴대굴 굴러 하천으로 방울방울 모여든 그들은 거대한 하나가 되어 하천의 굴곡을 따라 흘러 내려간다.
이들은 흩어져 있을 때는 약하나 뭉치면 강하다.
하나가 된 그들은 자신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체를 만나면 호랑이처럼 포효하면 온몸으로 방해물을 밀어낸다.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집채만한 바위를 옮겨 놓기도 한다.
대세란 거대한 힘을 거슬릴 수 없듯 그들의 힘에 대항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하천지형 마저 바꾸어 놓는다.
오늘 소개할 무수천 또한 그들 힘에 변신 중이다.




무수천은 우리나라 영산 한라산 삼각봉과 윗세오름에서 발원해 와이계곡에서 합수하여 흐르다 어리목 주변에서 다시 사제비동산과 쳇망오름 사이에서 발원한 흘러 내린 내와 합수된다.
제주민들을 이곳에서 어리목 부근에 한밝저수지를 만들어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하나가 된 무리는 천아수원지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살핀오름에서 흘러 내려온 지류와 합류하며 거대한 힘을 자랑하며 무수천을 지나 외도 바닷가로 흘러 들어가 바닷물과 하나가 되며 기나긴 여정을 끝낸다.

무수천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이름 모두는 무수천이고 가운데 글자 '수' 한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물이 없는 건천이라는 의미의 무수천(無水川),머리가 없다는 의미의 무수천(無首川),분기점이 많다는 의미의 무수천(無數川) , 현재 널리 알려진 무수천(無愁川)은 이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절벽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속세의 근심을 잊게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무수천은 무수천팔경으로 유명하나 일반 제주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다.




광령1리 출신의 한학자인 광천 김영호(光泉 金榮浩, 1912-1987)님은 제주 절경인 '영주십경'에 빗대어 무수천의 아름다움을 '무수천 팔경가'로 노래했다.
제1경은 해발 200m 지경에 보광천(오해소)을 시작으로 100~200m 간격으로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가며 제2경 응지석, 제3경 용안굴(용눈이굴), 제4경 영구연(들렁귀소), 제5경 청와옥(청제집), 제6경 우선문, 제7경 장소도, 제8경 천조암으로 이어진다.
이제 무수천팔경가 따라 무수천의 비경을 찾아 나서본다.


제1경 보광천


제1경 보광천가 낮이되니 건곤조화 이제알리(보광천)
보광천은 속칭 '오해소'라고도 불린다.
사라교 부근 계곡 좌우로 석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데 그 너머가 보광천이다.
전에는 숲이 무성해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잠깐 햇빛이 든다고 해 오해소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해를 가리던 숲이 사라져 없고 그자리를 햇살이 하루종일 차지하고 있다.

제2경 응지석 주변 절경


제2경 동향매돌 달맞으니 저녁풍경 눈에들어(웅지석)
매돌은 옛날에 매가 자주 날아와 앉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응지석(鷹旨石)이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매가 내려와 머무르는 소(沼) '매머들소'가 보인다.
응지석은 높이가 10m 넘는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는 형상이다.
이곳은 물이 있을 때와 없을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물이 마르며 바닥에 드러낸 돌 배열이 어느 예술작품 보다 뛰어나다.
만일 직접 마주하면 눈이 커지고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제3경 용안굴


제3경 일왓와룡 두눈뜨니 필시여기 재사많네(용안굴)
이 문장을 보고 처음에는 무슨말이지 하고 하다가 가만히 보다보니 그 뜻을 알것 같았다.
일왓은 지명이다. 
풀이하면 일왓에 누워 있는 용이 두눈뜨니 재주가 뛰어난 남자가 많다.
고로 무수천이 위치한 광령마을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자신의 고향인 광령마을에 인재가 많다고 자랑하고 싶었던것 같다.
와룡의 눈인 제3경을 용안굴이라 한다.
석벽으로 자연동굴을 이룬 형체라 형상이 수려하고 장엄하다.
실제 굴의 깊이는 10m 정도 되어 보이고 높이 또한 그정도로 보이나 눈 모양도 독특하지만 돌의 색깔 또한 매력적이다.

제4경 영구연


제4경 들렁귀소 내린폭포 여름하늘 얼음인듯(영구연)
4경은 일명 '들렁귀소'라 불리는 곳으로 영구연(瀛邱淵)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게 해서 받아먹는다는 의미의 '서먹는다'는 말이 전해지는 소다.
아마도 삶을 비관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던것 같다.
비천한 삶일지라도 마지막 가는길은 아름다운 곳에서 마감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찾아왔던것 같지만 현재는 수량도 예전만 못할 뿐 아니라 물색 또한 녹조라떼처럼 변해있어 곁을 지나는 행인의 이목도 끌지 못하는 소가 되어가고 있다.


제4경 청와옥


제5경 청와돌북 두들기니 궁각쌍음 이어지네(청와옥)
어렵다.
나의 지식이 부족함이 드러난다.
제대로 해설할 수가 없다.
청와옥 돌을 두들기니 궁각쌍음(宮角二音)이 이어진다는 말인데 궁각쌍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어사전,구글 검색을 다 해 보아도 궁각쌍음을 해석할 수없다.
아주 오래전 청와옥이 파손되기 전에 청와옥(돌)을 두들기며 돌이 내는 소리가 아주 청아했다.
마치 마음을 비운 사람이 내는 소리처럼 텅빈 곳으로 부터 흘러나오는 음 같았다.
그러나 현재는 급류에 무너져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제6경 우선문


제6경 우선문위 외로운솔 비방 배워 더 푸르네 (우선문)
여기서 '비방'은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하는 방법인 비방(祕方) 말한다.
우선문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비밀리에 이생과 저생을 오가는 방법을 배워 세상 어는 누구보다 더 푸른다고 노래한 듯 하다.
우선문은 커다란 바위 2개가 나무처럼 자라다가 서로의 어깨가 맞대고 있는 아치형의 돌다리모습을 하고 있다.
맞닿은 어깨 아래는 원형 문이 윗세상과 아랫세상을 통하게 하는 듯 하고 서로 이어진 어깨는 다리가 되어 이생과 저생을 오가게 한다.
두 세상 가운데 홀로 서 있으면서 세월을 꺼꾸로 먹던 소나무는 외로움은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제7경 장소도


제7경하늘빚은 큰돌그릇 영세토록 서로쓰네(장소도)
장소도를 노래한 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장소도 서쪽 마을이 해안동이다.
그곳 토박이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 이곳이 자신들 물놀이 터라고 전한다.
몇십전까지는 평상시에도 수량도 풍부하고 물이 맑아서 여름방학이면 해안동 해가 뜨면 장소도에 가서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해안동 어린이들에게 물놀이 장소로는 적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을 찾는 아이도 어른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장소도가 예전처럼 자연 물 놀이장이 되돌아가도 지금의 아이들은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예전같은 놀이문화가 없는것 같다.


제8경 천조암


광령8경 조암호구 큰입벌려 물넘칠때 티끌씻네(천조암)
방목하던 소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었다는 데서 '쇠미쪼암'이라 부른다.
암석 위에 암석을 얹어 거대한 암석 덩어리를 만들어 낸듯한 형상이다.
이곳을 접하고 있는 곳이 목축업이 성행 했던 곳이라 자주 가축들이 떨어져 죽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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