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래리 봉천수 –포리수
습지기자단 유명숙
봉천수는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한곳에 모여 물웅덩이나 못을 이룬 형태로 하천 등 음푹 파인 곳에 물을 가두어서 생활용수로, 음용수로,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곳을 말한다.
빗물이 근원인 봉천수는 가뭄에 취약하고 수질도 불량 할 수 밖에 없지만 마땅히 수원이 없는 중산간 지역이나 산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물이었다.
1970년 이전 제주인들의 삶에 있어 물은 특별했다.
해안가에는 용천수가 비교적 풍부하게 솟아나서 물을 사용함에 있어 중산간지역보다 물 걱정은 덜 하고 살았지만 중산간 지역에서 물이 솟아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빗물을 가두어서 이용하는 방법으로 물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주도에 1960년 첫 지하수 관정이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봉천수에 의지하여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포리수는 교래마을에 유일한 봉천수이며,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준 고마운 물이다.
물은 마을의 역사를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
물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하지만 중산간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공평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 포리수를 찾았다.
포리수는 교래리 사거리에서 남조로길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리(제4교래교)를 지나면서 서쪽으로(우측) 1차선 농로를 따라 승용차로 3~5분 정도 들어가면 팔각정이 있다.
주차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새로 단장한 포리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포리수는 상수도가 공급되기 전에 마을 주민들이 생활용수, 음용수, 농업용수로 이용하던 곳으로 물의 색이 포(아래오발음)리롱 하다 해서 포리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교래지역에서 비를 만나는 날이 많은 편인데 역시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들이 붓는다.
내려가는 돌 계단이 미끄러워 보인다.
여름 내내 자란 잡초와 줄기식물들이 우거져 있어 나뭇가지와 칡을 걷어낸다.
포기할 수는 없고 차 안에서 한 참을 기다리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는 그냥 맞기로 하고 조심조심 내려 가 보기로.
곱게 피어있는 물봉선화가 먼저 반긴다. 물봉선화는 날마다 재잘거리는 물줄기가 친구가 되어주니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싶다.
서쪽에서 물이 청량한 소리로 졸졸졸 내려온다.
포리수의 넓은 곳에 고이기도 하고, 동쪽으로 흘러 내려 가면서 애기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빌레들 위에 고인 물들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
오래전에 물이 귀하던 시절, 가물거나 그런 시기에는 이 정도 작은 물통의 물도 아주 귀하지 않았을까 싶다.
‘포리롱 헌 물도 하영만 이서 시민 좋았주만(많이만 있었으면 좋았지만) 그땐 물이 귀했주 (그때는 물이 귀했어), 요새추륵 물 콸콸 나던 시절이 아니어서(물이 잘 나오던 시절이 아니었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서 요새 사람들 물 아껴 써야 한다고 삼촌이 넋두리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산철쭉으로 보이는 식물들이 빌레와 바위들 틈에 자리를 잡고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견디어 온 흔적들이 보인다. 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봐야 정체를 알 수 있을 듯.
봄날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우거진 나무들을 살펴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벚꽃나무, 산딸나무, 산뽕나무, 예덕나무, 소나무, 사스레피나무, 등등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있다.
빗방울이 화음을 만들며 내려앉는다. 비 내리는 포리수의 풍경에 머무른다.
접근성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고, 천미천의 물줄기여서 사라질 위험이 있는 경우도 아니니
입구만 조금 더 정비를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리수의 존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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