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리 ‘청굴물’ & 세화리 ‘찬물’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변재환




 제주 사람들은 무더운 한여름에 용천수로 멱을 감고 빨래를 하고 더위를 식혔습니다삼복더위에도 용천수는 얼음물처럼 차가워 1분 이상 몸을 담그기가 어렵고 뼛속까지 얼얼해질 정도입니다김녕리와 세화리의 대표적인 용천수인 청굴물과 찬물을 찾았습니다.



 제주도는 화산암으로 구성돼 있어 비가 오면 대부분 고이지 않고 땅속으로 스며드는데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게 바로 용천수입니다. 용천수는 근대식 상수도가 보급된 1980년대 이전까지 식수는 물론 목욕, 빨래, 설거지 등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이용됐습니다.

제주의 많은 마을이 해안을 따라 생겨난 이유도 용천수가 많이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김녕에는 세계 최장의 용암동굴인 만장굴김녕굴’, ‘용천동굴등 다양한 동굴이 발견된 동굴 마을로 김녕·월정 지역은 하천이 없는 대신 지하수 매장량이 풍부한 용천수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김녕 해안에는 여러 곳의 용천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차갑기로 소문난 '청굴물이 여행자들 사이에 서는 인기 만점인 곳입니다.

성세기 김녕해수욕장 서쪽 2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청굴물(청수물)이 있습니다이 용천수는 개웃샘물이 해안가에서 다시 샘솟는 환생수로 물이 맑아 푸른빛을 낸다고 하여 청굴물(청수물)이라 부릅니다.



해질녘에 사람들이 와서 목욕을 하는 곳이며, 소에게 물을 먹였던 곳으로 치수공덕비(1971)가 산물 입구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 산물은 매우 차가워 하절기가 되면 여름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이 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2~3일 묵어가고 했다고 합니다. 예전 청굴물은 남탕에서 산물이 솟아나와 여탕으로 흘러들게 하여 사용했었으나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정비된 지금은 양쪽에서 다 물이 나오고 지금도 성세기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이 산물에서 몸을 씻기도 합니다.




청굴물 위쪽 마을 중앙에 있는 개웃샘물입니다.



 설촌 이래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개웃샘물은 동굴 바닥에서 솟고 있으며 입구가 수직 형태로 된 굴이며 면적은 폭 5m, 길이 300m 정도입니다.

개웃샘물은 물 모양 자체가 전복 내장의 게웃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은 개웃샘물을 가리켜 "죽어가는 사람도 이 물을 마시면 살아난다"라는 생명수라고 말하며 죽어가는 병자도 개웃샘물 튼내면(생각해내면의 제주어) 산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용암대지의 하부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점토층이 분포하고 있어 지표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해안선 부근에서 솟아나는 청굴물

 


청굴물에서 해수욕장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와 함께 나란히 세워진 도대불과 밀물일 때에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일 때에는 드러나는 용암이 넓게 퍼져있는 바위인 조간대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세화리 찬물




 다음으로 찾은 곳은 세화리 찬물(첫물)’입니다.

세화리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5km 떨어져 있고 구좌읍 지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세화리의 옛 지명은 가는곶이라 했으며, 가는곶은 아끈다랑쉬(작은 월랑봉에서 현 세화리 남측까지 가느다랗게 뻗어온 나무숲을 이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세화에 ()’가는’, 즉 가늘다는 뜻이며()’으로 수풀을 뜻합니다.



서쪽으로는 평대리, 동쪽은 상도리, 그리고 남쪽으로는 송당리 지경과 경계를 이루며 서북쪽 평대리와 접하는 해변은 천연 포구를 형성하여 일제강점기부터 기선이 왕래하는 항구(세화항)가 개설되고 북동쪽 해안은 모래사장을 이루어 하도리 연안과 접해 있으며, 세화 해수욕장이 개설되었습니다.




찬물은 세화리 갯것할망당을 지키는 물로, 할망당을 찬물통알당이라 부르기도 하며 세화리에 맨 처음 샘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여 첫물이라도 부르며 물이 차다고 하여 찬물이라 부릅니다.

왼쪽에 있는 통이 여자 전용이고 동측인 오른쪽에 있는 것이 남자 전용으로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사생활 보호를 위해 출입구가 꺾인 미로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찬물은 나란히 놓은 일자형 암을 물팡으로 사용한 것이 특이하며, 물팡 사이 하얀 모래 바닥을 비집고 작은 맴돌이를 만들면서 용출되고 있으며 세화해수욕장 동측 경계에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갯것할망은 출입하는 배의 어물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어부들을 위한 당의 신입니다할망이 있는 당은 물때(조석)를 맞춰야 찾아갈 수 있는데 밀물 때는 바닷물로 막혀 섬 속의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는 하얀 모래밭이 나타나면 건너갈 수 있는 당입니다.



제주 해녀의 역사·생활풍습 등의 자료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 해녀 항일운동사까지 정리돼 있는 해녀박물관이나 제주 해녀가 물질하러, 밭일하러, 부지런히 누비던 숨비소리길을 걸어도 좋고 세화해수욕장과 세화오일장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제주다운 바다 문화와 풍경있는 김녕리와 세화리.

오랜 시간 가슴에 남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하고 인상적인 마을입니다.




 단순하게 바다만 바라보고 돌아가도 좋겠지만 독특한 지질자원과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있는 제주를 재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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