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터진물 너의 깊이는?

‘창터진물’ 그곳이 오늘 주인공이다.
제주어 ‘창’은 밑의 되는 부분 즉 바닥을 말한다.
창터진 물은 바닥이 터진 물을 말한다.
이곳 오름 이름은 ‘물장오리’이며 창터진물은 내륙습지이며 오름분화구 습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장오리’ 뜻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변에 테역장오리,불칸장오리,쌀손장오리가 있으며 이들은 제주 368개 오름 중 하나이다.
또한 이곳은 제주의 설화(신화)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제주도 형성과 관련이 있는 거인 ‘설문대할망’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둘 있다.

‘설문대할망’에게는 아들 500명이 있었다.
어느날 설문대할망은 아들들이 먹을 죽을 쑨다.
500명분 음식이니 그 양도 양이지만 가마솥 크기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설문대할망이 주걱으로 죽이 늘어붙지 않게 젓다 그만 가마솥에 빠져 죽게된다.
식사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아들들은 어머니가 행방도 모르는체 가마솥 죽 먹기에만 바빴다.
500명이 한꺼번에 달려드니 조금이라도 늦은 아들은 끼니를 굶어야 할 수도 있어 식사시간이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
오백명이 식사와 비교 할 수 없지만 나의 어린시절 우리집 식사시간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4남2녀다.
먹을것이 넉넉하지 않아 빠르게 움직여야 한 수저라도 더 먹을 수 있었다.
밥상 가운데 놓인 커다란 낭푼에 담긴 보리밥은 배고픈 다리처럼 늘 축 처져있었다.
어머니는 우리가 밥상 둘레 앉아 동물처럼 밥을 먹고 나서야 부엌에서 나오셨다.
우리가 “어머니 밥은?” 하고 물으면 “나는 부엌에서 먹었다” 말씀하셨다.
그날은 밥상 가운데 놓인 낭푼이 크기도 훨씬 컸고 그 안에 담김 보리밥도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보리밥이 마치 한라산처럼 고봉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 밥은 우리식구 모두가 실컷 먹어도 남을 것 같다.
우리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천천히 밥을 먹는다.
반찬으로 나온 자리젓도 꼭꼭 씹고 흐뭇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낭푼에 있던 보리밥 반 정도를 먹었을 때
수저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형님이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하듯 크게 소리친다.
“낭푼이 새끼를 낳았다”
우리는 수저을 잡은체 동작그만 하고는 일제히 한 곳을 보았다.
보리밥 아래에 하얀색 사기 사발 하나가 엎어져 있다.
동물처럼 밥을 먹고 있는 우리형제들 모습에 어머니가 꾀를 낸 것이다.
어머니는 커다란 낭푼 안에 사발 하나를 엎어놓고 그 위에 보리밥을 담은 것이다.
죽을 먹던 설문대할망 아들들이 가마솥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통곡하다 끝내 돌이 되었다.
현재 한라산 영실코스 오백장군 기암이 그들이 돌로 굳은 것이라 한다.

설문대할망에 죽음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는
창터진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설문대할망이 그 깊이를 얍잡아보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진 못했다는 것이다.
설문대할망은 평소에도 스스로 대단한 거인임을 자랑했다.
바다 깊은 곳도 ‘설문대할망’ 무릎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키가 컸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고 삼고 누우면 다리가 제주 북쪽 바다 관탈섬에 닿았다고 한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관탈섬까지 직선거리는 40km이다.
그렇다면 설문대할망이 키는 40km 훨씬 넘는다.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면 그 물이 깊이 또한 키보다 더 깊었을 것이다.

나는 ‘창터진물’ 깊이를 어떻게 정리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라는 속담이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골 깊이는 산 높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이 937m 물장오리에 분화구에 있는 창터진물 깊이도 오름 높이 정도가 될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정리하고 보니 멋이 없어 보인다.
신화가 있는 ‘창터진물’ 물 깊이를 이렇게 투박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나는 두가지 단서를 생각해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설문대할망’의 죽음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물에 빠져 죽을 신수면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 속담이다.
그 두 개의 단서로 물장오리의 ‘창터진물’의 수심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창터진물이 깊이는 아무리 얕아도 설문대할망 키보다 깊고 아무리 깊어도 접시 물보다 얕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 생각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내 나름 잘 정의한것 같다. ^^
찾아가는 습지학교 스텝으로 참가하여 창터진물을 직접 볼수 있었다.
그때 관리하시는 분에게 창터진물 깊이를 물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약 3~4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나는 그 분 대답을 지우개로 지웠다.
(일부 사진은 관계자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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