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13코스에 있는 건강한 습지 - 제주 용수리 용당못
글/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박젬마
제주 용수리 용당못을 찾아가려니 인터넷 정보가 별로 없었다. 검색하면 '4짜 붕어' 낚시 마니아의 영상이 나오는 정도다. 영상을 보니 "저게 붕어라고?" 싶을 만큼 커다란 붕어가 잡혔다. 토종붕어, 떡붕어가 잡히는 곳이란다.
(5월 용당못)
내가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물놀이하던 물통(연못)에도 붕어가 많아서 돌 틈으로 몰아서 잡기도 했는데, 내 주먹보다 작은, 작은 자리돔 크기의 붕어였는데, 4짜 붕어란? 어릴 적 봤던 붕어의 스무 배 정도는 됨직한 크기였다.
붕어 정보만 가지고 제주 서쪽으로 달렸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려, 아름답다고 소문난 신창 풍차 가까운 마을 용수리가 나타났다. 바다 마을이자 농사를 짓는 반농반어 마을이었다.
1132번도로 용수교차로 북동쪽 500m 지점에서 동쪽 농로를 따라 500m 지점에 용당못이 있었다. 연못 주변으로 수풀이 우거져있고, 안내 표지판도 훼손된 상태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연못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제주올레길13코스가 지나는 길이라 올레꾼들이 많이 지나가지만 연못 쪽으로 관심 두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몰리면 훼손되기 쉬우니, 관심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습지에 관심 많은 내게는 아주 매력 있는 습지인데 모르는 게 안타깝기도 했다.
(6월 용당못)
가까이 들여다보면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커다란 암반 위에 만들어진 연못이다. 가까이에 있는 용수저수지와 다르게 자연지형을 이용해서 돌담으로 경계선을 쌓아 만들었다. 1천여 평,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제법 큰 규모의 연못이다.
자료에 따르면 면적은 3,673.4㎡이며, 저수지, 제로 표기됐다. 주변에 작은 연못과 미나리가 자라는 습지가 있으며, 주변의 물들이 이 연못으로 모여들어 연중 수량이 풍부함을 유지한단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황소가 우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황소개구리 소리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잡초가 우거져있어서 운동화 차림으로는 다가서기가 두려웠다.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주변에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장화를 챙겨 신고 가서 연못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졸졸졸 물 흐르는 맑은 소리가 마음까지 맑게 정화해 주는 듯했다.
(물을 이용하려는 농기구들)
넓은 연못에 연꽃, 수련, 마름이 가득했고, 연못 주변에는 물을 끌어다 사용하기 위한 경운기(?) 등 장비가 서너 개 보였다. 현재도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민물새우 등)
연못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물속이 훤히 보일 정도 물이 맑았다. 솟아나는 용천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은 물속에는 민물새우가 가득하고, 100원짜리 동전만한 강우렁이와 다슬기들, 피라미들까지 다양한 개체 수가 매우 많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민물새우, 강우렁이, 다슬기, 피라미들까지 손안에 가득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잠자리)
인기척에 개구리들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연못 위를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실잠자리들을 볼 수 있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용당못에는 왜가리, 백로, 논병아리,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조류와 개구리, 제주도롱뇽 등이 살고 있단다.
식물로는 수련, 연꽃, 어리연, 마름, 개구리밥 등이 넓은 연못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네가래, 이삭사초, 미나리 등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식물들이 물속과 주변으로 가득했다.
맑은 물이 계속 흐르며 생태계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건강한 연못을 만나니 내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용당못처럼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사는 생태계 공간이다. 야생동식물에 서식처를 제공해 주는 기능 외에도 생태계에 대한 환경교육의 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는 소중한 곳이다. 그러함에도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개발로 훼손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습지에 관심 갖기 시작하면 습지의 우수성, 중요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나부터 습지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야겠다.
(드론으로 본 용당못)
용당못의 위치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2096번지.
연계해서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알려진 순례자의 교회, 신창풍차해안, 차귀도 가는 배 선착장인 자구내 포구, 수월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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