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들어수다, 둠벙
“멜 들어수다"
“멜 들어수다. 둠벙에 멜 들어수다.”
둠벙 인근에 살고 있는 동네 삼춘 외침 소리가 옆집으로 건너가 다시 이웃집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푸른 호박덩굴이 검은 돌담을 타고 옆집으로 뻗어가 듯 했다.
아버지 친구분인 삼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큰소리로 외쳤다.
“멜 들어수다.”
“둠벙에 멜 들어수다”
삼춘 목소리는 어젯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진 듯 갈라져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는 허기진 내 배를 가리고도 남을 만한 큰 낭푼을 들고 나왔다.
형은 반바지에 잠자리에 입었던 런닝 차림에 작은 구덕을 들고 있다.
우리는 함께 둠벙을 향해 달렸다.
앞서 달려가는 형 등에서 구덕이 종처럼 좌우로 크게 움직인다.
멀어지기만 하는 구덕을 바라보며 죽으라 하고 비포장길 따라 형을 좇았다.
쨩하는 소리에 손에서 떨어진 낭푼을 주우려 멈추며 형에게 소리친다.
“형 기다려 같이가”
형은 뒤로 슬쩍 보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둠벙을 향해 달려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둠벙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오늘도 나는 꼴찌다.
마을사람들이 둠벙 여기저기에 자리를 차지하여 멜을 잡고 있다.
나는 검정고무신을 신은 체 둠벙 물속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여름임에도 바닷물에 닿은 나의 몸이 움찔거린다.
나는 낭푼을 물 위에 띄운 체 멀리 보이는 형을 향해 물속을 걸어나간다.
둠벙에는 물 보다 멜들이 더 많다.
멜 무리들이 몸을 우측으로 비틀자 은빛 별이 내려 앉았고 다시 좌측으로 비틀자 윤슬이 듬벙을 덮었다.
바로 앞에 유영하는 멜무리가 보인다.
나는 물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멜떼가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나를 놀리며 지난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족바지’를 사용할 만큼 크면 그때 보자며 소리쳤다.
둠벙 수면을 덮고 있는 푸른 해조류 위 여기저기에 은빛 멜들이 보인다.
흥분한 나의 심장처럼 멜은 그렇게 팔딱 거린다.
나는 멜을 가운데 두고 작은 두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의 손에 몇 마리 멜이 자체 발광하듯 새벽 햇살에 빛난다.
나는 “아싸” 소리치며 내 손 보다 더 긴 멜을 낭푼으로 옮겨놓는다.
무언가에 놀란 물 밖으로 뛰쳐나간 멜들이 검은색 돌 위에 죽은 체 누워있다.
나는 그들을 낭푼에 주워놓고 형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때 손그물 ‘족바리’로 멜을 잡던 동네 삼촌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너도 와시냐” 하며 동네 삼촌이 젖은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자신 구덕에서 양손 가득 멜을 꺼내 내 양푼으로 넣어주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멜을 잡는다.
“고맙습니다” 나는 꾸벅 절하고 바닷물을 좌우로 크게 저우며 형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줌 싼 날 아침이며 머리에 쓰고 소금을 빌러 다니던 ‘키’로 멜을 잡고 있는 형은 벌써 구덕 반을 멜로 채웠다.
“형 이거 내가 잡안”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내 양푼에 있는 멜을 형의 구덕에 보탠다.
나는 밥상에 올라온 멜 요리를 맛나게 먹으면서도 동네 삼촌이 주었다고 말하지 안했다.
“나도 형 만큼 멜을 많이 잡았다” 고 반복했다.
세 개 마을에 걸쳐 있는 둠벙의 모양은 사각형 비슷한 타원 형태다.
섬이 바다를 자신의 품 속 깊이 불러 들어온 듯도 하고 바다가 섬을 포위하고도 성에차지 않아 섬 안 깊숙이 침범한 듯도 하다.
우도봉에서 흘러내려온 붉은 용암이 굳은 검은 현무암이 서쪽 바다와 둠벙 경계 역할을 자처했다.
그 길이는 약100미터 정도이며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물꼬’라 불렀다.
물꼬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둠벙과 바다를 이어주기도 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돌다리 기능도 했다.
밀물에 물꼬 현무암이 바다 속으로 숨어 들어가면 바다생명체는 바다에서 둠벙으로 그리고 바다로 자유롭게 다녔다.
새우,멸치 같은 작은 어류가 먹이 찾아 둠벙으로 들어오면 그들을 먹이로 하는 큰 어류들이 좇아온 것 같다.
멜은 주로 밤에만 들어왔다.
왜 그토록 많은 멜이 들어 왔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는 멜이 빛이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곰새기(남방큰돌고래) 같은 무리에 쫓겨 둠벙 안으로 피난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그 당시 마을에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라 빛 보다는 잡혀 먹히지 않으려 도망쳐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둠벙은 그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했다.
그러다 썰물이 되어 물꼬가 마을을 이어주는 돌다리로 변하면 그때까지 바다로 나가지 않은 멜들은 둠벙에 갇힌체 사람들을 피해 도망 다녔다.
그렇게 둠벙은 생명 순환 고리 역할을 다 했다.
둠벙을 접한 집들은 그 경계에 검은 돌담을 쌓았다.
그 돌담 사이로 바람은 슝슝 소리를 내며 지났고 바닷물은 짠내를 남겨 놓은 체 자유롭게 다녔다.
사람들은 그 돌담에 붙여 또다른 돌담을 어설프게 쌓아 통세(똥돼지 있는 화장실)를 만들었다.
사람이 배설한 그것을 돼지가 먹고 돼지가 배설한 것은 둠벙으로 흘러 들어갔다.
썰물에 물이 빠져나가면 통세에서 둠벙으로 흐르는 오수가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둠벙에 가면 집근처로 가는 것을 꺼렸다.
냄새가 그리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도 아니었다.
그러다 밀물이 되면 둠벙은 새로운 바닷물로 채워지고 냄새나는 오수는 희석되었다.
희석된 오수는 썰물에 둠벙을 빠져 나가 먼 바다로 나갔다.
둠벙에 접한 집이 그리 많지 않았고 둠벙도 크고 보유수량도 커서 자연정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재 통세는 정화시설을 갖춘 화장실로 개량되었고 둠벙은 낚시터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바닷물이 자유롭게 오가던 물꼬는 해안도로가 건설되면서 양쪽 귀퉁이에 수로를 만들어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다.
섬 주변 바다 자체에 어류들이 없어서 그런지 며칠 전 가본 둠벙에는 예전에 흔하게 보던 숭어도 검은돔 새끼인 뱃돔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나는 내 추억이 묻어 있는 둠벙이 습지에 속한 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습지는 연안습지와 내륙습지로 나눌 수 있는데 둠벙은 연안습지에 속한다.
우리마을 둠벙 또한 다른 습지처럼 주변환경 정화 및 바다 생명체의 공생과 생태계 순환을 이루는 습지의 역할을 충실 하고 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내가 소중한 추억 한 페이지를 둠벙에서 얻듯 지금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으로 습지,생태 체험의 공간으로 둠벙이 활용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멜 들어수다. 둠벙에 멜 들어수다.”
둠벙 인근에 살고 있는 동네 삼춘 외침 소리가 옆집으로 건너가 다시 이웃집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푸른 호박덩굴이 검은 돌담을 타고 옆집으로 뻗어가 듯 했다.
아버지 친구분인 삼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큰소리로 외쳤다.
“멜 들어수다.”
“둠벙에 멜 들어수다”
삼춘 목소리는 어젯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진 듯 갈라져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는 허기진 내 배를 가리고도 남을 만한 큰 낭푼을 들고 나왔다.
형은 반바지에 잠자리에 입었던 런닝 차림에 작은 구덕을 들고 있다.
우리는 함께 둠벙을 향해 달렸다.
앞서 달려가는 형 등에서 구덕이 종처럼 좌우로 크게 움직인다.
멀어지기만 하는 구덕을 바라보며 죽으라 하고 비포장길 따라 형을 좇았다.
쨩하는 소리에 손에서 떨어진 낭푼을 주우려 멈추며 형에게 소리친다.
“형 기다려 같이가”
형은 뒤로 슬쩍 보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둠벙을 향해 달려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둠벙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오늘도 나는 꼴찌다.
마을사람들이 둠벙 여기저기에 자리를 차지하여 멜을 잡고 있다.
나는 검정고무신을 신은 체 둠벙 물속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여름임에도 바닷물에 닿은 나의 몸이 움찔거린다.
나는 낭푼을 물 위에 띄운 체 멀리 보이는 형을 향해 물속을 걸어나간다.
둠벙에는 물 보다 멜들이 더 많다.
멜 무리들이 몸을 우측으로 비틀자 은빛 별이 내려 앉았고 다시 좌측으로 비틀자 윤슬이 듬벙을 덮었다.
바로 앞에 유영하는 멜무리가 보인다.
나는 물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멜떼가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나를 놀리며 지난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족바지’를 사용할 만큼 크면 그때 보자며 소리쳤다.
둠벙 수면을 덮고 있는 푸른 해조류 위 여기저기에 은빛 멜들이 보인다.
흥분한 나의 심장처럼 멜은 그렇게 팔딱 거린다.
나는 멜을 가운데 두고 작은 두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의 손에 몇 마리 멜이 자체 발광하듯 새벽 햇살에 빛난다.
나는 “아싸” 소리치며 내 손 보다 더 긴 멜을 낭푼으로 옮겨놓는다.
무언가에 놀란 물 밖으로 뛰쳐나간 멜들이 검은색 돌 위에 죽은 체 누워있다.
나는 그들을 낭푼에 주워놓고 형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때 손그물 ‘족바리’로 멜을 잡던 동네 삼촌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너도 와시냐” 하며 동네 삼촌이 젖은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자신 구덕에서 양손 가득 멜을 꺼내 내 양푼으로 넣어주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멜을 잡는다.
“고맙습니다” 나는 꾸벅 절하고 바닷물을 좌우로 크게 저우며 형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줌 싼 날 아침이며 머리에 쓰고 소금을 빌러 다니던 ‘키’로 멜을 잡고 있는 형은 벌써 구덕 반을 멜로 채웠다.
“형 이거 내가 잡안”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내 양푼에 있는 멜을 형의 구덕에 보탠다.
나는 밥상에 올라온 멜 요리를 맛나게 먹으면서도 동네 삼촌이 주었다고 말하지 안했다.
“나도 형 만큼 멜을 많이 잡았다” 고 반복했다.
세 개 마을에 걸쳐 있는 둠벙의 모양은 사각형 비슷한 타원 형태다.
섬이 바다를 자신의 품 속 깊이 불러 들어온 듯도 하고 바다가 섬을 포위하고도 성에차지 않아 섬 안 깊숙이 침범한 듯도 하다.
우도봉에서 흘러내려온 붉은 용암이 굳은 검은 현무암이 서쪽 바다와 둠벙 경계 역할을 자처했다.
그 길이는 약100미터 정도이며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물꼬’라 불렀다.
물꼬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둠벙과 바다를 이어주기도 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돌다리 기능도 했다.
밀물에 물꼬 현무암이 바다 속으로 숨어 들어가면 바다생명체는 바다에서 둠벙으로 그리고 바다로 자유롭게 다녔다.
새우,멸치 같은 작은 어류가 먹이 찾아 둠벙으로 들어오면 그들을 먹이로 하는 큰 어류들이 좇아온 것 같다.
멜은 주로 밤에만 들어왔다.
왜 그토록 많은 멜이 들어 왔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는 멜이 빛이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곰새기(남방큰돌고래) 같은 무리에 쫓겨 둠벙 안으로 피난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그 당시 마을에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라 빛 보다는 잡혀 먹히지 않으려 도망쳐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둠벙은 그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했다.
그러다 썰물이 되어 물꼬가 마을을 이어주는 돌다리로 변하면 그때까지 바다로 나가지 않은 멜들은 둠벙에 갇힌체 사람들을 피해 도망 다녔다.
그렇게 둠벙은 생명 순환 고리 역할을 다 했다.
둠벙을 접한 집들은 그 경계에 검은 돌담을 쌓았다.
그 돌담 사이로 바람은 슝슝 소리를 내며 지났고 바닷물은 짠내를 남겨 놓은 체 자유롭게 다녔다.
사람들은 그 돌담에 붙여 또다른 돌담을 어설프게 쌓아 통세(똥돼지 있는 화장실)를 만들었다.
사람이 배설한 그것을 돼지가 먹고 돼지가 배설한 것은 둠벙으로 흘러 들어갔다.
썰물에 물이 빠져나가면 통세에서 둠벙으로 흐르는 오수가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둠벙에 가면 집근처로 가는 것을 꺼렸다.
냄새가 그리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도 아니었다.
그러다 밀물이 되면 둠벙은 새로운 바닷물로 채워지고 냄새나는 오수는 희석되었다.
희석된 오수는 썰물에 둠벙을 빠져 나가 먼 바다로 나갔다.
둠벙에 접한 집이 그리 많지 않았고 둠벙도 크고 보유수량도 커서 자연정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재 통세는 정화시설을 갖춘 화장실로 개량되었고 둠벙은 낚시터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바닷물이 자유롭게 오가던 물꼬는 해안도로가 건설되면서 양쪽 귀퉁이에 수로를 만들어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다.
섬 주변 바다 자체에 어류들이 없어서 그런지 며칠 전 가본 둠벙에는 예전에 흔하게 보던 숭어도 검은돔 새끼인 뱃돔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나는 내 추억이 묻어 있는 둠벙이 습지에 속한 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습지는 연안습지와 내륙습지로 나눌 수 있는데 둠벙은 연안습지에 속한다.
우리마을 둠벙 또한 다른 습지처럼 주변환경 정화 및 바다 생명체의 공생과 생태계 순환을 이루는 습지의 역할을 충실 하고 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내가 소중한 추억 한 페이지를 둠벙에서 얻듯 지금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으로 습지,생태 체험의 공간으로 둠벙이 활용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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