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가득한 원당봉 분화구 내 습지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이주형

제주에는 분화구 내 습지가 있는 오름들을 만날 수 있는데 분화구 내에 사찰은 원당봉이 유일하다. 사찰이 하나도 아닌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 이렇게 3개의 사찰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이곳이 명당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사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원당봉 분화구에 자리 잡고 연못이 문광사 바로 앞쪽에 있기 때문이다. 원당봉 연못! 이러면 원당봉에 있으니 원당사로 아는 분들이 있어 그리로 갈 수 있는데 정확히는 문강사 앞에 있다. 나조차도 말을 할 때 이 둘을 합쳐 문당사라고 말할 때가 종종 있다.




원당봉이라는 유래는

원나라 때 이 오름 중턱에 원나라의 당인 원당(元堂)이 있었음에 원당봉(오름), 조선시대 때 원당 봉수가 세워진 데서 망오름, 삼양동에 위치하고 있음에, 삼양봉, 3개의 능선에 7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원당칠봉(일명 삼첩칠봉)이라고도 불려지고 있다. 원당봉에는 분화구가 있는데, 그 곳은 과거엔 습지였으나, 현재는 문강사라는 절과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내용 출처 : 비짓제주)

『신증동국여지승람』(제주)에 '원당악(元堂岳)'이라 표기했다. 『탐라지』에도 원당악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산봉우리에는 못이 있는데, '거북못'이라 한다. 이 못에는 개구리밥과 말, 거북이와 자라 등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내용 출처: 한국지명유래집 전라ㆍ제주편지명)

원당봉은 삼양과 조천읍 신촌리 경계에 걸쳐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된 곳이라 진입장벽이 낮아 쓰윽~ 오를 수 있는 오름. 근처사는 도민들이 운동하러 오르거나 사찰을 방문하는 신도들도 있어 항상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습지였던 원당봉 분화구.

최근버전으로 올리고 싶어 늑장을 부리다 글을 쓰기 하루 전날 원당봉 연못을 다녀왔다. 방문 전날 비가 많이 내렸고, 방문 당일(2023년 6월 6일)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려 흙이 질퍽거리던 날이다.






비가 내리면 초록이 더욱 싱그럽게 보이는데, 눈으로 보이는만큼 사진으로 담기질 않는다. 연못은 하얀색 수련과 수련잎으로 가득했다. 연못 가장자리 3군데 정도 노랑꽃창포가 무리 지어 있었고 이제 막 올라오는 연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쑤욱~ 올라오는 연잎을 보니, 7월 즈음에는 연꽃들을 볼 수 있으려나?


토끼 한마리.

풀어 키우는 걸까?

누가 유기한 걸까?

녀석이 예쁘긴 하나~ 이러다 사라봉을 점령한 토끼들처럼 갑자기 늘어 여기저기 굴을 파 오름 훼손을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도 하게 된다. 그래도 당장 만난 녀석의 귀여움에 홀린건 사실이다. 다가갔는데 경계는 하는 듯 보였으나 도망가진 않았다.


사찰 입구쪽과 바로 앞쪽 2군데에서 물을 공금하는 듯한 통로가 보였다. 입구쪽에서 물이 공급되는건 확인이 안되었고, 사찰 바로 앞쪽에서는 어떤 규칙인지 모르나 간혹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걸 확인했다.




거북못이라 불리던 곳

천천히 연못을 돌다 보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땐 눈에 안 들어오더니 날이 맑아지니 곳곳에서 포착되는 거북이와 자라. 누군가의 방생도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예전 기록에 거북못이라 불리던 곳이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련다.


발소리만 나도 다시 연못 속으로 풍덩풍덩 입수를 해버리는 녀석들 때문에 풍덩 소리가 났던 주변에서 한참 앉아있다 보면 여기서 한 마리 저기서 한 마리~ 빼꼼! 하며 돌덩이 위로 올라온다.




개굴개굴~ 개구리

5월, 원당봉 둘레길을 걸을 때 이곳 연못에서 개구리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울더니, 어제는 조용조용! 습지를 몇 번 다녀보니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나면 돌덩이든 식물 위에 있든~ 위에 올라와 있던 생명체들이 물속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움직임을 적게 하고 한 장소에서 머물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생명체들이 있다. 이번에도 풍덩 소리가 나서 멈춰 한참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니, 개구리 2마리 발견! 앗싸! 너무 멀리 있어 스마트폰 줌으로 당겨 찍어 선명하진 않지만, 소리로만 듣다 실물 영접한 개구리들이다.





식물 박사가 아니라 내 눈에 띄는 식물들이 많진 않았지만, 주로 수련과 연꽃, 노랑꽃창포가 주를 이루고 있고, 연못 주변으로 식재 한 나무들이 보인다. 생태습지와 인공연못의 절묘의 조합이랄까? 연못이 조성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꽤 오랜 시간 잘 유지되어 온 것 같다. 그렇게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연못이 오름 분화구 내에 조성되어 있는 것이 흔한 건 아니라 원당봉을 오를 때마다 늘 새롭다.



원당봉 끝자락과 가깝다면 가까운 우리 집 뒤편에 가끔 노루가 다녀가고, 한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족제비를 본 적도 있다. 그쪽을 보고 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눈에 띌 정도면, 원당봉 오름내에는 얼마나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에게 있어 습지는 중요한 공간일 것이다. 어디 그들 뿐이겠는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하철이 잠길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내렸던 작년! 폭우 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기후 위기를 접하고 있는 지금! 기후조절, 홍수조절, 기후변화에 대응 등의 순기능을 해주는 습지는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무관심과 외면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존, 보호를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원당봉 분화구 내 연못은 지금부터 수련, 다음은 연꽃이 피면 아름답기까지 할 예정이니 6월 7월 나들이 삼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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