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자락이 내어 준 선물

조리새미물


글, 사진 : 습지블로그 기자단 유명숙



중산간의 산물 중에서 봉개동에 있는 조리새미 연못을 찾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물안개가 연못(습지)에도 잔뜩 내려앉으니 몽환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안개자욱한 주변 풍경과 습지가 너무도 잘 어우러지고 연못(습지)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비가 내려서 물이 고이고 오름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쳐지면서 머금은 물이, 물빛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수련과 백련, 노랑 꽃창포가 피어 있는 습지.주변을 둘러 보니 커다란 돌받침대들이 놓여져 있다. 연못의 물을 만져 볼 수도 있고, 식물들을 관찰하기에 편리하도록 배려한 부분에서 이 조리새미를 아끼는 분들의 정성이 보인다.

발이 쑥쑥 들어가는 부분도 있어 반드시 발목이 깊은 장화를 신어야 한다.

*습지풍경 사진







 

제주지역 용천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물의 사용 단계에 따라서 공간(물칸)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물문화로, 옛날 제주인들의 물 절약의 지혜가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곳 조리새미못에는 이런 물칸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대 4칸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칸사진




 

#물의 근원지와 물칸의 모습

물은 옆에 있는 안새미오름 자락에서 흘러나온다고 하는데 얼핏 보면 동굴에서 물이 솟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인공으로 동굴을 만들어서 물을 보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커다란 나무아래에 제주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 동굴을 만들고 주변을 정비했다고 한다. 현무암 돌틈사이로 졸졸졸

청량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어두운 동굴안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저절로 맑아진다.

이 물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산물이겠지.

쉴 새 없이 솟아나 흐르는 물을 산물이라 하니 분명 이 조리새미물은 산물일거야.

동굴안에 있는 물은 음용수(식수)로 사용했던 첫 번째 칸은 암물로 양지에 있는 물보다 물맛이 달고 맑다고 하는데 물맛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이 암물은 예전에는 설사를 치유 하는데 효과가 있는 물로 알려져 있다고 하니 맑은 날에 다시 찾으면 꼭 마셔 봐야겠다.

1990년대 말까지도 약수물로 먹었다고 한다.

양지에 있는 두 번째 칸은 쌀을 씻거나 야채를 씻는 송키통으로, 세 번째 칸은 빨래를 하는 서답(세답), 네 번째 칸은 우마들이 마시는 용도로 이용했다고 한다.

물이 이 주변 논으로 흘러들어 이 지역 일대에서 벼농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한다.

연결된 네 번째 칸 아래로 이어지는 작은 습지에서 다시 커다란 습지로 흘러내려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연못의 모습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농사는 짓지 않으니 농사용으로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현재의 조리새미 연못은 자연놀이터, 생태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그 용도는 다르다 하더라도 물을 주제로 이어지는 문화는 계속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름의 유래

조리새미라는 이름은 샘물의 모양이 쌀을 일 때 사용하는 조리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명도암물로 부르기도 하는 조리새미물은 명도암 마을의 설촌 내력이 담겨져 있는 산물이다. 명도암마을은 이익(1629-1690)의 제자 명도암 김진용이 조리새미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어 살면서 이물을 먹었다 하여 김진용의 호를 따서 이름 지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명도암 김진용(1605~1663) 선생은 제주 교육 기관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장수당(현 오현단내에 있음)을 세우고 인재 육성에 평생을 바친 조선 중기 제주 출신의 문인으로 고향은 구좌읍 한동리 출신이지만 처가인 봉개리 명도암으로 옮겨 살았다 한다.

명도암마을은 오래전에는 광산김씨 집성촌이었다.

 

#주변생태

습지주변에는 팽나무,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등 오래된 고목들이 습지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서로 어우러져 있다.

연못에는 수련, 백련, 세모고랭이, 가래, 마름, 고마리, 노랑꽃창포 등 습지식물들과 붕어, 개구리, 물뱀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명도함을 대표하는 산물인만큼 관리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나 보다.

주변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걸 보면~~

이곳의 풍경이 궁금하거든 제주시 봉개동 산 2번지로!!





 

#주차공간 : 연못 주변에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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