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푸르구나! 제주도 한라생태숲의 습지 수생식물원도 푸르다
지난 5월 6일 생태숲을 붉게 물들인 참꽃을 찍기 위해 찾은 제주도 한라생태숲은 초록이 묻어날 것처럼 온통 초록 세상이었다.
참꽃나무 꽃도 실컷 보고, 수생식물원 연못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와 단체로 온 어린이들의 수다 소리가 어우러져 숲에 생기가 넘쳐 절로 생기 충전되는 시간이었다.
글 · 사진 박젬마
참꽃나무숲
5월에 어린이 동반 가족들 또는 어린이 단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에 한 곳이 제주 한라생태숲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단체로 생태교육 또는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고,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고,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생태숲이므로.
1. 한라생태숲
제주시 5.16도로 2596(용강동)에 면적 194ha 규모의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이다.
해발 600∼900m 고지에, 구상나무숲과 참꽃나무숲, 단풍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 숲으로 조성돼 한라산 식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숲과 계곡, 습지 등을 볼 수 있어서 천연 자연림 같지만, 사실 1970년대 ~ 1995년까지 개인이 임대해서 소와 말 방목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방목지로 사용되면서 훼손돼 방치되던 곳을 무려 9년 동안 조성하여 2009년에 개원한 것이다.
개원 후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라생태숲은 산림생물 난대, 온대, 한대 식물 등 다양한 식물상 등 제주의 동·식물들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생태숲으로 거듭났다. 불모지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삶의 터전으로 변신한 것이다.
내가 건강 산책코스로 자주 걷는 '숫모르숲길'은 개우리오름 - 절물자연휴양림 - 노루생태관찰원까지의 숲길 탐방로다.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을 잇는 이 숲길은 때죽나무와 서어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식생이 다양하고 산림이 울창해 트래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개우리오름은 편백나무 숲은 탐방객들의 휴식공간으로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숫모르숲길은 과거 목동과 임업인들이 다녔던 오솔길을 이용해 만든 숲길이다.
2. 수생식물원(습지)
한라생태숲의 수생식물원은 지구상에서 훼손되거나 사라진 자연습지를 대신하여 조성한 인공연못으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팽나무 등 19종의 나무가 500여 그루, 골플 등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분포하며 습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습지는, 연안습지와 내륙습지로 분류되며, 형태로는 자연습지, 복원 습지, 조성 습지, 인공습지로 분류된다. 조성 습지에 속하는 한라생태숲 수생식물원은,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의 야생 물장군, 순채, 삼백초, 전주물꼬리풀 등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라생태숲에는 수생식물원이라고 표기된 큰 연못 외에도, 숲의 여러 곳에 작은 습지들을 조성해놨고, 한라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활용해서 조성한 작은 폭포들도 조성됐다. 우거진 숲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신선도 부럽지 않다.
폭우 다음날 하천
한라생태숲에는 천연 하천도 포함돼 있지만, 화산섬 제주의 특성상 천연 하천에 물이 고인 모습은 흔치 않다. 왜냐하면, 제주 하천의 바닥은 용암이 흐르면 만들었고, 용암이 식을 때 쪼개지고 갈라진 하천 바닥은 물 빠짐이 좋은 편이다 보니 태풍 또는 폭우 때는 물살이 거세게 몰아치며 무섭게 흐르다가 하루, 이틀만 지나면 대부분 하천은 거세게 흘렀던 물길의 흔적만 남아 있곤 한다.
한라생태숲도 예외는 아니라 깊은 숲을 걷다가 발견한 하천은 건천이 대부분이고 인공적으로 조성한 습지에는 물이 고여 있고, 습지를 서식처로 삼고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못에는 해마다 묵은 뿌리에서 움이 다시 돋는 다년생 수초 수련 꽃이 피었고, 꽃을 찾는 곤충들을 볼 수 있었다. 수련잎 보다 작은 순채가 함께 피어 있다.
노랑꽃창포 봉오리가 노랗게 뾰족 솟아 있는 게 곧 활짝 꽃을 피울 예정이다.
바람이 없는 날이라 수초의 반영도 찍어보고, 시골 강아지의 꼬리를 닮은 '버들강아지'도 봤다.
순채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노래하는 개구리 합창단원도 보았다. 개구리들이 서로 어울려 돌림노래를 하듯 '개굴~ 개굴~' 노래를 한다.
요즘엔 개구리를 가까이서 관찰하기 쉽지 않은데, 한라생태숲의 연못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첩보활동을 하듯 살금살금 다가서도 예민한 녀석들은 물에 풍덩 뛰어들어 자취를 감추는데, 어떤 녀석들은 대범하게 꼼짝 않고 나를 맞이한다. 고마운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으며 신이 난다. 개구리가 뭐라고 카메라 앞에 포즈 잡아준다고 신이 나는지 ㅎㅎ
물 밖 수초 뒤에 숨은 개구리도 찾아냈다. 지금은 귀여워 보이는 녀석들을 어릴 적에 잡아서 뒷다리 구워 먹었다니 ... 믿을 수 없는 과거다. 지금은 억만금을 준대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00:46 동영상 한라생태숲 수생식물원 자연의 소리 한라생태숲 수생식물원 자연의 소리
생태숲에서 들리는 개구리 합창은 자연 생태계의 건강을 자랑하는 것 같아 듣기 좋아서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자세히 들어보면 개구리 한 마리가 "개굴~" 하는 게 아니라 이쪽에서 "개~" 하면 저쪽에서 "굴~" 하고 받아치는 것처럼 들린다.
연못에는 개굴 거리는 소리로 드러나는 개구리 외에도 내 눈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먹이사냥하려는 조류들이 날아든다. 덕분에 백로가 날아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제법 오래 연못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먹이 사냥이 쉽지 않은지, 솟대 위로 날아올라(또는 솟대로 변신?) 연못을 오래 관찰했다. 까마귀들도 솟대에서 잠시 털을 고르고 간다.
솟대라 함은 예로부터 액막이와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세웠다는데, 현대에 솟대의 새로운 기능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땅에는 다리가 짧은 흰뺨검둥오리가 물 위로 유유히 흐르다 올라와 앉아서 쉬는가 하면, 사람들이 간식을 먹을 때는 겁 없이 사람들 주위로 다가가는 걸 보면 이 연못에 제법 오래 산 텃새인가 보다.
이 밖에도 그날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뱀,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으로 지정된 물장군, 제주도룡뇽 등 다양한 생물들이 연못을 서식처로 두고 살면서 습지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직박구리
노루
한라생태숲에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인 팔색조, 두견이, 붉은배새매, 긴꼬리딱새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두점박이사슴벌레, 애기뿔소똥구리, 제주족제비와 오소리 등이 살고 있다.
탐방로에서 숲에 사는 동식물을 모두 관찰할 수는 없지만 새소리는 들을 수 있으며, 노루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훼손돼 버려진 불모지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숲으로 변신한 한라생태숲!!!
그 곳에 조성된 습지, 인공연못을 서식처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있고, 그 동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또는 휴식과 건강을 위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습지는 동식물들 서식에 꼭 필요한 공간이자, 우리의 삶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습지주변 팽나무
하늘매발톱꽃?
금새우란꽃
3. 습지의기능
습지는 육지와 수생생태계의 전이지대로서 여러 곤충이나 어류 및 조류의 산란장이며 각종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습지는 생물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고, 수질정화 기능, 수자원을 생산하는 경제적 기능, 자연 & 생태관광 등 문화적 기능, 홍수조절 및 용수 공급원으로서 기능 그리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후조절 기능 등을 갖고 있다.
기능을 생각하지 않고도, 지금 제주 한라생태숲은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계절이다. 5월엔 가족 또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숲길 산책으로 푸르름을 충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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