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접할 수 없는 성산(聖山) 제주 람사르습지 물장오리오름 습지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이주형
🔸 주의! 제주 물장오리오름은 출입 금지구역.
🔸 습지 탐방을 위해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허락을 받고 다녀왔다.
제주에는 1100고지,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리오름, 동백동산, 숨은물벵듸, 이렇게 다섯 개의 람사르 습지가 있다. 이 중에서 물장오리오름 습지와 숨은물뱅듸습지는 허가 없이 출입이 금지된 구역으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습지는 아니다. 2008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 2009년에는 습지보호지역, 2010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 곳을 2023 제주시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인증 프로그램 지원 사업 일환으로 금단의 땅을 밟고 선을 넘어 습지탐방을 다녀올 수 있었다.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산정호수
물장오리는 한라산국립공원에 포함되며, 기생화산 산정분화구 내에 습지가 형성된 것으로 해발 900~937m에 있는 산정 화구호(火口湖). 물장오름이라고도 한다. 화산 분화구에 물이 괸 호수를 화구호라 하는데 대표적인 제주의 화구호는 백록담. 백록담을 떠올리면 그곳에 물이 고여있는 있는 날도 있지만 말라버린 날도 있는데, 그에 비해 물장오리 화구호는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산정호수. 연중 물을 담고 있는 오름 화구호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곳으로 알려져 있고 수심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제주 설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설문대할망이 이곳에 빠진 전설이 내려오는데, 아직까지 물장오리 화구호의 정확한 수심은 알 수 없다 하니, 그냥 내려오는 전설 속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 습지 탐방일 : 2023.04.11
버스정류장에 내려보니 초소가 보인다. 이곳이구나! 허가받은 상황이니 당당하게 초소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려니 제한구역 안내방송이 나와 깜짝 놀랐다. 하핫! 처음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는구려. 그래도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맑아 다행이다. 길 없는 길을 올라야 하니 전문가님의 안내는 필수! 영산강유역환경청 주민감시원 이 범종 님의 안내를 받으며 길을 나섰다.
해안가 근처 나무들은 이미 풍성한 초록 물결인데 중산간의 봄은 아직인가? 나무의 풍성한 초록빛 대신 땅 위에서 조릿대와 박새의 초록색 싱그러움으로 봄을 맞이한 기분이다.
제주에서 흔하게 보이던 조릿대, 조릿대보다 더 많은 박새 군락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박새에 눈길이 더 간다. 박새는 반그늘 지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는데 물장오리 환경이 잘 맞는 모양이다. 6~8월에 꽃이 피면 이곳 박새 밭? 은 장관이겠다.
눈에 밟히듯 보이던 조릿대와 박새가 보이질 않는 개활지 등장.
토양에 광물성이 많아 식물들이 자라기 어렵다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넓은 개활지에 식물들이 눈에 띄질 않았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개활지 주변을 빙 둘러 조릿대와 박새가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조릿대, 박새, 개활지를 지나 걷다 보니 골짜기를 지난다. 얼마 전에 내린 비로 제법 물이 고여있고, 하늘은 맑고! 저질체력으로 오르막길을 계속 오르다 보니 힘들다. 사진을 핑계 삼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하산할 때도 이곳을 다시 지났는데 그제야 보이던 올챙이) 올라갈 땐 올라가서 힘들고~ 내려올 땐 배고파 힘들고! 습지 하나 보겠다고 뭔 고생인가 싶기도 했지만,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성산(聖山)을 오르면서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아니 되지! 언제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러면서 꿋꿋하게 오른다.
물장오리오름을 오르는 내내 보였던 조릿대와 박새를 만났고, 숲 가마터, 물을 끌어다 썼던 파이프 등도 보였다.
그런데 사냥꾼과 사냥개를 만날 줄이야! 흙바닥과 구별하기도 힘든 보호색을 입은 듯한 사냥개가 갑자기 나타나면, 놀랄수 밖에! 개를 무서워하는 분들이 이곳을 올라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사냥하는 분과 사냥하는 개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나름 힘든 산행이었지만 얼마 전 내린 비에 물이 제법 물이 고여있는 화구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냥 힘이 불끈 솟는다. 허락된 좁은 오름 능선 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간다.
때가 덜 묻은? 자연을 만나는 게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릴 일일까? 너무 경이로워 어디에 시선을 두고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내려간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다 이동했다. 이곳은 긴 겨울을 끝내고 조금씩 봄소식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습지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차기 불기 시작했지만, 하늘은 맑다.(미세먼지 조금 낀?) 부정한 사람이 있으면 안개가 끼어 분화구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더만 함께 했던 분들 중 그런 분이 없으셨는지~ 잘만~ 보인다. 그 세찬 바람 덕분에 아름다운 윤슬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이날 함께 했던 분이 사전 허가를 받은 드론으로 촬영을 한다. 세찬 바람에도 드론이 뜬다. '우앙~ 부럽다~ 좋겠다!'를 속으로도, 겉으로도 주문처럼 얼마나 외쳐댔는지~^^ 들으셨나? 서포터즈 단톡방에 사진을 투척해 주신다. 그래서 허락받고 올려본다. 사진 무단사용 금지! <사진 공유 : 변재환 님>
이렇게 넓은 곳이었구나!
물장오리오름 화구호의 물은 강우(降雨)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독립된 수원(水源)이다. 그래서 건기와 우기에 따라 물이 잠기는 수심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곳이지만 수량은 풍부해 연중 마르지 않는 산정화구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화구호 수심 깊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화구호 가장자리에는 수초가 자라고 있어 그리 깊지 않아 보인다. (수초가 없는 곳의 수심은 상상을 할 수가 없네? 설문대할망이 빠진 곳이라~ 흣!)
위 드론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던 그 수초들, 어떤 식물인지 모르나 군락을 이룬듯 보이는 그곳이,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곳이다. 푸릇푸릇 해질 계절에 오면 또 어떤 모습일까?
이날은 수초가 아니었더라도 어류 조사 중이셨던? 연구원분들 덕분에 물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습지 가장자리에 들어가 있던 연구원분의 무릎도 올라오지 않았다. 연구원님들 덕분에 난생처음 본 미꾸리. 동영상으로 살짝 담아둔 사진을 캡처했는데 빛 반사와 미꾸리의 절묘한 곡선이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는 듯하다.
미꾸라지의 줄인 말인가?
했더니 아니다! 실물을 본 김에 살짝 짚어보고 가자!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속인 생물이지만 종이 다르다.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몸이 통통해서 '동글이'로, 몸이 납작한 미꾸라지는 '납작이'로 부르는 곳이 있다. (밑에 이미지 출처 : 국가자연사연구종합정보시스템)
미꾸리 VS 미꾸라지
연구원님들 덕분에 미꾸리를 알아봤지만 물속에 떠있는 수초들이라든가 주변의 식생물들은 아는 게 없다. 물장오리오름을 오르며 내가 아는 알아본 유일한 식물들은 조릿대, 박새, 천남성, 흰색 제비꽃, 세복수초뿐이다. 금새우난초도 꽃이 안 피면 잎만 보고 알 수가 없다. 이름 모를 버섯 천지!
그래서 습지의 식생에 대해 궁금해 국립생태원에서 본 내용을 일부 가져왔다.
✅ 분화구 습지의 식생군락은 송이고랭이군락, 마름군락, 골풀군락, 큰고랭이군락, 갈대군락, 노랑어리연군락 등이 있고 습지주변 산림식생-개서어나무군락을 이루고 있다.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 일대에 분포하는 고유식물은 긴다람쥐꼬리, 새끼노루귀, 개족도리풀, 탐라현호색, 솔비나무, 좀비비추, 제주조릿대, 한라사초 등 총 8분류군으로 파악되었다.
✅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 일대에서 멸종위기보호야생식물 Ⅱ급종인 두잎약난초[Cremastra unguiculata (Finet) Finet]가 확인되었다.
✅ 제주한정분포식물 모니터링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 일대에는 국내에서 제주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사미역고사리, 긴다람쥐꼬리, 목련, 한라돌쩌귀, 애기어리연, 섬개벚나무, 솔비나무, 홍노도라지, 두잎약난초 등 제주한정분포식물이 다수 분포한다. 이 식물군은 고유식물이거나 지역적 격리종으로 식물지리학적, 식물계통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제주한정분포종인 경우 현재의 자생지에서 절멸할 경우 국내에서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식물군의 선정조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내용 출처 : 국립생태원 내륙습지-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사이트 참고]
오랜 시간을 허락하는 게 아니어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내려왔다. 허가를 받아야 오를 수 있는 곳이기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인간에 의한 외부 환경 변화는 적지만, 불법적으로 다니는 분들 때문에 일부 훼손이 되기도 하고 자생지 주변 식물이 제거되기도 한다. 습지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들로 구성되는 식물들이 많다. 기후온난화 등으로 인한 식생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유산이라 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물장오리 람사르 습지 또한 자연유산으로 지속적으로 보호, 관찰, 보전이 필요한 곳이며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감사했습니다!
신성한 성산(聖山)에 발을 디딜 기회를 주신 고제량 대표님과 직원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주셨던 영산강유역환경청 주민감시원 이 범종 님, 동행했던 서포터즈님들, 조금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던 날씨에게도 감사 인사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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