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처럼 맑은 물빛으로 기다리는 선흘리 고망물 --
글/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유명숙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맑은 날이면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다.
선흘1리 웃바매기 오름을 벗 삼아 자리하고 있는 빌레 습지
지난해에 그곳에서 선물처럼 펼쳐지는 그 풍경들을 눈에, 마음에 담은 적이 있어 그 풍경들
이 궁금한 것이다.
맑은 하늘빛이 내려오면 습지는 고운 물빛으로 화답하는 곳.
살랑이는 물결의 흐름 따라 시선도 따라 가고,
마음은 저절로 평온해진다.
그곳의 이름은 고망물이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이곳 웃바매기 오름 주변에는 많은 습지(물통)들이 있는데, 이 고망물은 주변 오름들과 곶자왈이 함께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기로 으뜸인 곳이다. 습지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고망물은 약 500여평 정도의 너른 빌레 위에 습지를 이루고 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큰 습지는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은 물웅덩이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우마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1980년대 중반에 포크레인을 사용하여 흙을 파내고 넓게 만들어 지금의 면적이 되었다고 한다.
70세 이상 선흘리 마을 어르신들은 이곳 마을 공동목장인 웃마장(윗쪽의 목장)에서 소를 방목하고 물을 먹이던 그 옛날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말씀하신다. 그때는 사는 게 녹녹치 않았다고, 그래도 누구든 다 그렇게 살아내야만 했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60~70년대만 해도 각 집에 소나 말 2~3마리씩을 키웠다고. 넓은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고 물을 먹던 소와 말들은 선흘리 마을의 주 소득원으로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서 말들이 방목 중 인 걸 볼 수 있는데, 이 습지가 말들에게는 중요한 생명수가 되어 주고 있는 셈이다.
이 고망물은 너른 빌레 위에 물이 고이는 형태(파호이호이 용암 암반)의 빌레습지가 마치 작은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빌레 모습 |
빌레 습지는
용암이 흘러가다가 굳어지면서 지표면을 형성하게 되고 넓은 바위 모양의 빌레가 만들어지게 되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빌레 안에 물이 고이게 되는 형태의 습지를 말한다.
물만 고여 있다고 모두 습지는 아니라고 한다. 습지는 물 아래와 물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들-동식물-이 지속적인 삶을 이어 갈 수 있게 그들의 먹이 생활의 창고 역할을 하고, 생활 공간이 되어 주기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을 고망물 |
제주도에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습지들이 있다고 하는데,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보호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습지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사실상 습지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개발로 인하여 소리 없이 사라지는 습지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 고망물 습지가 외면받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래 본다.
이곳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입구에 붙여져 있어 자유롭게 출입을 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몇 해 전 고망물 습지가 있는 이 목장은 사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이곳 습지 풍경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일부의 사람들만 그 위대한 자연을 마치 그들의 전유물처럼 그들만 이용을 한다는 점이 영 내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그 풍경 속으로 들어 가 본다.
가을 고망물 |
‘높은 하늘 아래 바람 따라 살랑살랑 물결이 진다.
물결에 수초들이 가늘게 한들거린다.
목장에 방목 중인 말들도 유유히 그 풍경을 즐긴다.’
시인 흉내를 내 보기도 하고, 말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그들의 그림자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풍광이 이렇게나 멋스러운데 자유롭게 바라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아깝다 ~~~ 등등
혼자 눈에 마음에 실컷 습지를 넣어본다.
가을 고망물 |
고망물 습지에는 어리연꽃, 마름, 택사, 둥근잎택사, 가래, 물달개비, 눈여뀌바늘, 논둑외풀, 밭둑외풀 등의 습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이면 하얀 어리연꽃들이 이 넓은 물통 위에 가득하게 피어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여름날 다시 고망물 습지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
가을 고망물 |
1. 고망물 위치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361
웃바매기 오름 탐방로 길을 따라 7~8분 정도 가다가 좌측으로 탐방로를 벗어나 돌담을 넘어가면 만날 수 있다. 혹시 주인이 뭐라 하면 잠깐만 보고 나가겠다고 양해를 구하면 크게 혼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
2. 화장실 : 없다.
3. 주차장 : 오름 표지석 앞에 3~4대 정도 주차 공간 있다.
4. 주의사항 - 큰길에서 들어가는 진입로가 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좁은 길이어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운전이 미숙한 경우에는 대략 난감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큰길에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오름 입구까지 30여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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