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한 세계 습지의 날
글, 사진 / 습지블로그 서포터즈 양정인
제주 성산읍 수산리 수산한못 |
매년 슬로건이 바뀌는데 올해 세계 습지의 날 슬로건은 '지금은 습지복원을 위한 시간입니다! (It's time for wetland restoration)'라고 한다.
동백동산습지센터 |
제주시 조천읍은 2018년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되었으며, 습지투어버스운영, 습지학교, 공공외교활동 지원해왔다. 올해도 세계습지의 날을 맞아 제주시조천읍람사르습지도시지역관리위원회에서 습지투어버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져 1, 2, 3 코스는 빠르게 신청 마감이 되었고, 추가로 마련된 4코스에 신청해 동백동산과 수산한못을 탐방하게 되었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 도착하니,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습지 사진과 그림, 영상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간 마을 주민들과 함께해온 습지교육과 습지보전 활동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보호지역 |
동백동산 역시 예부터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물이 귀한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서 습지의 물은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동백동산에는 도틀물, 애기구덕물, 먼물깍, 새로판물, 혹통까지 이름도 크기도 각양각색인 수십여 개의 습지가 있어 수도가 들어오기 전 마을 사람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였다. 물이 귀한 제주에선 벼농사는 잘 짓지 않았지만 동백동산 안에는 벼농사를 지었던 장소도 있었다.
동백동산에는 예전 숯을 굽던 숯막 터도 남아있다. 숯을 만들 때 꼭 필요한 것이 물이기에 숯막 역시 습지 가까운 곳에 지었다. 숯을 사기 위해 마을사람들은 숯막에 다양한 생필품들을 가져다 놓고 교환해 가기도 해서 숯막이 그 시절 백화점과 같았다는 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습지가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고 어김없이 문화도 생겨나는구나 싶었다.
멸종위기야생식물 1급 제주고사리삼 |
동백동산은 나무백화점이라 불릴만큼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고 있다. 우점을 이루는 나무는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로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이 날 체험할 도토리 칼국수에 들어가는 도토리는 모두 동백동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선흘리 마을 도토리 칼국수 체험 |
점심으로 도토리 칼국수를 맛본 참가자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누군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라는 극찬을 하고, 도토리 칼국수를 먹기 위해 다음 습지투어를 또 신청하고 싶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멸종위기야생식물 전주물꼬리풀 복원지 수산한못 |
수산한못의 ‘한’은 크다는 뜻으로 수산평에 있는 큰 못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수산평은 화산지형 벵듸 위에 형성된 넓은 초지이다. 고려시대 여몽연합군이 일본정벌을 목적으로 군마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지인 탐라목장을 만들었던 곳으로 이후 700여년 목축문화의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다. 수산한못은 당시 마소에게 물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했으며 주민들의 식수원으로도 사용되었다.
고려시대 때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의 말을 기르기 위해 만든 말물통. 조그많게 돌담으로 구분한 곳은 사람이 먹는 물이었다. |
이러한 역사적 장소이면서 멸종위기식물의 복원지이자 철새들이 찾아오는 습지이지만, 만약 성산에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될 경우 수산한못은 매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수산한못을 안내했던 오은주 해설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수산한못이 있는 수산리는 제가 태어나 자란 고향입니다. 그 마을이 저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길을 지날 때면 마을 어르신들마다 누구 집 딸이구나, 어디 가는지, 밥은 먹었는지 관심 가지고 물어봐주셨던 기억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냈던 기억이 저의 정서적 안정감이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향 마을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키고 싶어 공부도 하고 이런 해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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