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고,선흘리 주민들의 문화공간 반못

#자연의 보고는 습지(물통)

겨울반못

커다란 왜가리 두 마리가 인기척을 느끼고 높이 훨훨 날아가 버린다.

그들의 휴식을 방해한 거 같아 살짝 미안하다.

아무도 없는 이곳의 공기가 너무 좋다.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져 온다

맑은 하늘 아래 서서 오롯이 나에게만 전해져 오는 이 자연의 숨결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여름반못

제주의 물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건 불과 3~4년 전이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흙의 생명력을 관찰 해 보는 시간이 좋아서 물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늘상 가벼워지더라.

이곳 반못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길옆으로 수련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걸 발견하고 차를 멈추게 되었다. 그 이후로 태양빛이 뜨거워지는 여름이면 수련들의 무리를 만나러 들리곤 했었다. 특히나 새하얀 백련의 고급진 자태를 보는 즐거움은 또 다른 의미였다. 행운을 만난 기분이라고 할까 !!

그때에는 이 습지(물통)의 역사나 구조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수련들에만 눈이 갔다.

 

어리연꽃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마지막 장소, 제주의 습지는 그렇다. 그런 존재다.

자연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 없는 인간들의 세상에서 습지의 존재는 아주 고마운 한 부분이다.

습지는 단순히 물을 품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물속 아래, 물 위에, 물 주변에서 공생하는 모든 생명들이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공간이자 물을 이용하던 마을 주민들에게는 역사와 문화가 녹여져 있는 삶의 문화공간이자 애착이 가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돌담.빌레

이곳 선흘리에 있는 반못은 큰 물통(습지) 1개와 작은 물통(습지)2개로 만들어져 있는데 큰 물통(습지)는 오래전 지역 사람들이 우마용으로 만든 물통이었으며, 빨래용, 목욕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에 수영하고 놀았던 추억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반못은 습지 주변이 온통 빌레(넓은바위)로 이루어진 걸 볼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용암(파호이호이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지게 되면서 넓은 암반을 형성하면서 빌레가 만들어지게 되고 그 빌레(넓은바위)위에 빗물이 땅속으로 바로 스며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빗물이 고이는 형태의 빌레습지.

시멘트로 만들어진 다리가 있는데 처음에는 돌로 경계를 만들어 동쪽으로는 여자목욕탕으로

남쪽으로는 남자목욕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여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시멘트다리 밑으로 쌓여진 돌담이 보이지 않더니 제주다운 정겨운 돌담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차분한 겨울의 반못에는 수련들만 조금 물위에 떠 있고 다른 수생식물들은 겨울잠을 자면서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음이 보인다.

 

참통발

#큰반못(물통)에 서식하는 식물들-수련, 백련, 물속 벌레사냥꾼 참통발, 물의 요정처럼 작고 귀여운 꽃을 피워내는 어리연꽃, 부들, 마름, 창포, 올방개, 쇠대가리, 방동사니,세모고랭이, 물채송화 등

습지의 특성상 봄부터 초가을까지 수생식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개화하면서 제 역할을 하기에 분주하므로 반못이 식물들과 더불어 화사해진다.

특히 5~6월 수련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에는 이 멋진 장관을 보러오는 여행자들도 제법 있어 이 시기에 반못의 존재감은 훨씬 더 높아지기도 한다.

 

여름반못

용암의 함몰지역에 위치한 작은 물통(습지)은 길가에 있는데 암반이 꺼진 형태로 둘레가 모두 암반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1개 였는데, 나중에 마을사람들이 1개를 더 파서 나란히 두 개의 물통(습지)이 되었다고 한다. 반못 남쪽에 새동네라는 마을에 사람들이 살았는데 4.3때 마을이 모두 불에 타서 없어져 버리고 지금의 선흘리 본 마을로 이주하여 살게 되었는데 새동네 마을사람들이 그때 당시에 이곳 반못의 작은 물통(습지)을 식용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작은물통(습지)에는 개구리밥이 온통 초록으로 덮여져 있어 그들 세상이 되어 있어 다른 식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름의 유래

반못이라 불리게 된 사연은 이곳이 예전에는 밭이었는데 네모진 밭 한가운데 물이 고이면서 마을사람들이 흙을 파내고 물통을 만들었는데 밭 한가운데 물이 고였다가 빠지는 모습이 한자로 밭()처럼 보인다고 하여 밭못이라 부르다가 반못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반못 식수용


반못은 마을의 소유로 되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생활상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반못은 잘 정비되어 있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보존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큰 길가에 있어 개발행위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다거나 방치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 같아 다행이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반못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접근성도 이만하면 좋은편이다.

관심 스위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부분은 분명히 다르다는 걸 알기에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오가는 여행자들이 제주 습지에 대해 관심이 시작되기를 감히 바래 본다.

 

작은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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