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6 세계 습지의 날 기념⑥

생태시민성이 자라는 곳, 선흘 동백동산


[특별기고] 2026 세계 습지의 날 기념⑥

동백동산 먼물깍 습지. ⓒ고제량
동백동산 먼물깍 습지. ⓒ고제량

3월이다. 이미 동백동산 습지에서는 뭉텅뭉텅한 덩어리에서 생명들이 자라고 있다. 투명하고 몽글한 점액질 뭉텅이에 수없이 많은 까만 점들이 하늘을 담고 있다. 산개구리 알이다. 

‘언제면 눈을 뜰까?’, ‘뒷다리는 며칠이 지나야 나오는 걸까?’ 

이때쯤 습지에는 신기한 생명들이 봄을 알리며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래서 2월과 3월에는 습지가 마르지 않게 비가 많아야 한다. 습지에 물이 마르면 이 생명들은 눈을 떠보지도 못하고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가물었다. 비가 오지 않아 많은 습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며칠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 다행이다. 좀만 더 내리기를 빌고 있다. 아마도 3월 습지에서 그 까만 산개구리 알을 본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비가 더 오기를 빌 것이다. 이것이 생태시민성이다. 

산개구리알. ⓒ고제량
산개구리알. ⓒ고제량

기후위기가 심해지며 생물다양성 감소가 일상의 문제가 된 시대, 시민에게 요구되는 역량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 환경을 ‘아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책임 있는 선택으로 이어가는 힘, 즉 생태시민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태시민성은 어디에서,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선흘 동백동산은 생태시민성이 실제로 자라나는 장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단순히 보호해야 할 자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을 주민의 삶과 함께해 온 숲이자 습지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동백동산의 습지는 생명의 저장고였고, 마을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삶을 이어왔다. 이러한 역사와 기억은 오늘날 생태시민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습지 모니터링. ⓒ고제량
습지 모니터링. ⓒ고제량
허벅치기 체험. ⓒ고제량
허벅치기 체험. ⓒ고제량

선흘 동백동산에서 진행되는 생태관광과 교육 프로그램은 자연 보전을 추상적인 가치가 아닌 삶의 이야기로 전달한다.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은 주민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숲과 습지를 걸으며, 이곳이 왜 보호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보호지역 지정 과정에서 마을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 보전은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에게 자연과 사회를 함께 생각하는 시민으로서의 시선을 길러준다.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는 선흘 동백동산을 중심으로 이러한 생태시민성 형성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습지생태모니터링, 습지투어버스를 통한 습지 탐방, 도토리 칼국수 만들기 체험, 촘항 만들기 체험, 물허벅지기 체험, 환경보드게임 대회, 습지 그림 그리기, 습지카드뉴스 발행 등 많은 프로그램은 모두 시민이 습지를 ‘관리 대상’이 아닌 ‘공동의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습지 공공외교는 세계 생태시민성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매년 2월 2일 세계습지의 날을 맞아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가 진행해 온 다양한 프로그램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습지의 날 행사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습지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행동으로 연결하는 학습의 장이었다. 탐방과 체험, 강연과 전시로 이어진 지난 세계습지의 날 프로그램들은 시민들이 습지를 이해하고, 보호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2026년 습지의 날은 ‘습지와 전통지식’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촘항 만들기와 물허벅지기, 동백동산 탐방 등 여러 체험 행사가 있었다. 이후 1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생태시민성은 한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경험과 장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다. 선흘 동백동산은 이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며,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는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 온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는 선흘 동백동산을 비롯한 습지를 생태시민성이 자라는 장소로 가꾸어 나갈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 시민이 주체가 되어 보전을 실천하는 현장으로서 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생태시민성이 일상에서 자라는 사회, 그 출발점에 선흘 동백동산이 있다. 


고제량.
고제량.

덧붙여,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는 국제습지보전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2018년 인증된 도시로, 습지를 보전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제주시는 동백동산을 비롯한 다양한 습지를 중심으로 교육, 생태관광,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습지를 보전의 대상이자 시민 학습의 장으로 확장해 왔다.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는 앞으로도 습지를 매개로 시민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원하며, 지역에서 시작된 생태시민성이 세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 제주시람사르습지도시 전문위원 고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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